[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개막 2연전에서 최고의 결과를 냈다. 왕조 시절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개막 2연승인데 의외로 시계를 더 돌려야 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15년 전인 2009년을 돌아봤다.

박 감독은 2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우리가 개막 2연승을 한 게 그렇게 오래된 줄은 나도 몰랐다. 15년 전이라니 깜짝 놀랐다”며 “그때 선수로 뛰고 있었더라. 그래서 더 새롭게 느껴졌다”고 웃었다.

삼성은 지난 23일과 24일 수원 KT전을 모두 승리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 2연전 싹쓸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왕조를 이뤘지만 당시도 개막 2연승은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2005년과 2006년에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즉 2011년 통합우승 이전까지도 늘 승리하는 팀이었다. 그때만 해도 삼성의 포스트시즌 탈락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박 감독의 말대로 2009년에는 감독 박진만이 아닌 선수 박진만이었다. 2009년 4월4일과 4월5일 LG와 대구 개막 2연전에서 2경기 모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삼성은 개막전에서는 6-2, 두 번째 경기에서는 5-3으로 승리했다.

올해 개막 2연승 결과만큼 과정에서 의미를 부여할 부분이 있다. 유격수로 출장한 3년차 신예 김영웅의 활약이다. 주전 유격수 이재현의 부상 이탈로 유격수 자리에 물음표가 붙었는데 김영웅이 유격수로 향상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24일 경기에서는 홈런도 쏘아 올렸다.

2022년 신인 시절부터 2군 사령탑으로 김영웅을 바라본 박 감독은 “지명할 때부터 대형 내야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워낙 어깨가 좋고 자기 스윙도 할 줄 아는 선수였다. 경험만 잘 쌓으면 대형 유격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며 김영웅의 발전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자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재현도 부상에서 순조롭게 회복하며 복귀 과정을 밟고 있다. 박 감독에 따르면 이재현은 다음 주부터 라이브 배팅에 들어간다. 실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박 감독은 “일단 이재현 선수가 오기 전까지 유격수 자리에 대한 여유가 확실히 생긴 것 같다. 장기 레이스를 하다 보면 내야수가 더 필요하다”며 “김영웅 선수는 이재현 선수가 돌아와도 선발로 출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재현 선수가 와도 다른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2022 신인 드래프트 당시 삼성은 1차에서 서울고 이재현, 2차 1라운드에서 물금고 김영웅을 지명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이 그린 청사진은 미래 유격수 이재현, 미래 3루수 김영웅이었다. 어쩌면 그때 그 전망이 올해 현실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는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였던 박 감독이 원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앞으로 한 달이 중요할 것 같다. 지금 이재현 선수도 몸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김영웅 선수가 앞으로 한 달 정도만 계속 이렇게 해주면 충분히 둘이 같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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