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문동주 전에는 한승혁이 최고 아니었나.”

기대가 결과로 향한다. 2022년 11월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그 모습이 지금 나온다. 시속 150㎞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는 물론, 변화구까지 제구가 된다.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한화 우투수 한승혁(31)이다.

이대로 사라질 투수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한화 손혁 단장은 부임 직후 이전부터 유심히 바라본 한승혁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KIA에 거포 유망주 변우혁을 내주고 변우혁보다 7살이 많은 한승혁을 받았다. 투수층 강화를 위해 즉시전력감 투수를 수집했고 한승혁을 적임자로 낙점했다. KIA 시절 기대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승혁이지만 올라설 시기가 됐음을 확신했다.

그 확신이 약 일 년 후 이뤄지고 있다. 한승혁은 올시즌 첫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를 유지했다. 시범경기 기간 4경기 평균자책점 ‘제로’ 상승세가 정규시즌에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러면서 승진을 반복한다. 추격조로 개막을 맞이했는데 현재 한승혁의 위치는 필승조에 가깝다. 팀이 리드하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킨다. 지난 27일 문학 SSG전에서 시즌 첫 홀드를 올렸다.

그만큼 내용이 좋다. 고질병인 제구 불안을 시원하게 해소했다. 통산 9이닝당 볼넷이 5개가 훌쩍 넘었는데 올해는 4.50개다. 볼넷을 범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도 잡는다. 한승혁을 상대하는 타자 머릿속에 155㎞ 속구가 가득한데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다. 때로는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노련함까지 발휘한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한승혁은 “구속은 의식하지 않는다. 구속보다는 투구 메커닉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중심 이동을 잘 유지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런데 구속이 잘 나와서 나도 놀랐다”며 “어찌 보면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가 내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제구가 안 좋은 투수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ABS는 기계가 판정하다 보니 과거 이미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을 편하게 바라보며 던진다”고 미소 지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개막 당시 한승혁을 두고 “제발 시범경기 모습만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개막전부터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바람을 실현하자 “점점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시키겠다. 불펜에서 비중을 높일 것”이라며 “한승혁이 좋은 공을 던지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문동주 전에는 한승혁이 최고 아니었나. 속구 구위는 따라올 선수가 거의 없었다. 올해 잠재력이 터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한승혁이 핵심 불펜으로 올라서기를 기대했다.

시즌 초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한화다. 류현진 복귀로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고 선발 야구를 앞세워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개막 2연전부터 매 경기 승리하며 7연승. 10년 만에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여기에 불펜까지 단단하면 더할 나위 없다. 한승혁이 도약하면 마운드 완전체도 이룰 수 있는 한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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