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원성윤 기자] 정말 극적승부였다. 9회말 투아웃에서 거짓말처럼 2-1로 역전했다. 두산이 21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과 더블헤더 2차전에서 거둔 승리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0의 행진’은 9회초 키움이 깼다. 로니 도슨 솔로포가 터졌다. 점수는 1-0. 두산의 공격으로 넘어온 9회말, 정수빈 허경민이 내야땅볼로 아웃카운트가 2개가 쉽게 올라갔다.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것처럼 보였다. 9회말 투아웃까지 단 1점도 못냈다. 김재환이 대기타석에 들어섰지만, 거기까지 갈 지 의문이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건 베테랑 양의지였다. 투수 주승우가 바깥쪽으로 뺀 148㎞ 속구를 밀어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만들었다.

4번타자 김재환이 보여줄 차례였다. 7구 승부까지 갔다. ‘딱’하는 경쾌한 타구음이 잠실구장을 울렸다. 좌측펜스를 때리는 대형 2루타가 터졌다. 가운데로 몰린 포크볼을 밀어쳐 만들어냈다. 1-1 승부는 원점. 결국 양석환이 내야안타로 끝내기로 승부를 완전히 뒤집었다.

김재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겨야 하는 분위기라 집중했다. 속구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운이 좋아 맞았다”며 “넘어가냐 펜스맞냐 였는데 기분 좋게 맞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속이 좀 더 빠른 속구였다면 홈런도 됐을 만한 타구였다.

최근 페이스도 좋다. 홈런 5개다.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시즌 타율 0.220 홈런 10개에 그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부단히 노력했다. KBO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감독이 옆에서 특훈을 하며 ‘거포 본능’을 일깨웠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지금처럼 타격을 한다면 5~8월은 더 무서운 타자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실이 되고 있다. 김재환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솔로홈런을 만들며 진가를 입증했다. 그는 “타자 입장에선 라인 드라이브나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많아 심적으로 쫓길 수 있다”면서도 “역이용해서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 편하게 들어간다”고 홈런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더블헤드 2차전 9회말에서 나온 대형 2루타도 홈런에 가까웠다. 펜스상단을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김재환은 “내가 중심타선이니까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하고 들어갔다”며 “뒷타자에게 연결하는 거 보다 내가 자신감있게 들어가야 타석에서 결과가 나온다. 그런 생각으로 들어섰다”고 타석에 들어섰던 상황을 회상했다.

지난 겨울, 미국에 있는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를 만나 레슨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지금도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있다.

김재환은 “실투를 놓치면 곧바로 잔소리가 날아온다”고 웃으며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좋다. 내가 안 좋을 때도 ‘이런 부분이 잘 안 된다’고 말하면서 또 좋은 부분을 찾게되고 여러모로 좋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살아야 두산도 산다”고 말했다. 김재환의 성적과 두산 관계는 정비례를 이루며 서서히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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