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타격만 좋은 게 아니다. 수비도 좋다.”

감독, 단장, 담당 코치 모두 재능을 확신한다. 그만큼 뛰어나다. 타격 하나는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22년 아마추어 선수 최초로 나무 배트를 사용하며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멀리만 치는 게 아닌 정확도와 선구안도 있다. 그래서 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하며 “고유 명사가 한국 야구 대명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 2년차 신예 포수 김범석(20) 얘기다.

선수는 물론 구단과 지도자 모두 포기는 없다. 입단 당시 어깨 재활, 이후 체중 조절에 애를 먹으며 제대로 포수 훈련에 입하지 못했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는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는 흔치 않은 일도 있었다.

그래도 다시 시작이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 박경완 배터리 코치와 1대1 강훈련에 임한다. 팀 훈련에 앞서 박 코치와 김범석의 포수 특훈이 진행된다. 마치 스프링캠프처럼 온몸을 날려 공을 잡고 던진다. 염경엽 감독은 김범석이 2군에서 경기를 소화하는 것보다 1군에서 따로 특훈에 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봤다. 실전에 앞서 훈련에 긴 시간을 투자하는 김범석이다.

지난 12일부터 열흘 정도 훈련이 진행된 상황. 박 코치는 김범석과 함께 훈련하는 것을 두고 “재미있다. 내게도 하나의 숙제가 생긴 것 아닌가. 범석이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잘 만들어 보겠다”며 “범석이는 타격만 좋은 게 아니다. 수비도 좋다. 타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포수 수비를 할 때도 운동 신경과 민첩성이 좋다. 보기에는 느려 보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빠르다. 순간적인 스피드가 있다. 참 좋은 것을 많이 가진 선수”라고 말했다.

마냥 잡고 던지는 훈련만 하는 아니다. 훈련 과정에서 마인드 콘트롤도 돕는다. 꾸준히 격려하며 동기부여에도 신경 쓰는 박 코치다.

박 코치는 “범석이에게 ‘언제까지 대타만 나갈 거냐. 수비도 해야 한다’고 포수로서 활약을 강조한다”면서 “큰 목표도 줬다. ‘너 방망이는 자신 있지 않나. 네 방망이로 포수까지 잘하면 아시안게임도 갈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잘하면 FA 두 번도 할 수 있다. 우리 한 번 해보자. 아시안게임 가자’고 독려했다”라고 밝혔다.

박 코치의 한마디가 자극이 된 듯, 김범석은 이따금 주어지는 기회마다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타 혹은 교체 출장한 상황에서 3타수 2안타. 지명타자로 출전한 지난 20일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이끄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2차전에서는 1루수로 출장해 5타수 3안타. 지난주 LG가 2연속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데 있어 김범석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타격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남은 건 포수다. 늘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김범석이 되면 LG는 자연스럽게 박동원 다음 주전 포수를 얻는다. 박동원은 캠프 기간 김범석을 두고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범석이의 타격 재능은 진짜다. 만으로 스무살도 안 된 선수가 이렇게 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두르며 “솔직히 범석이가 잘하면 나는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아직은 실현되지 않은 일이다. 포수는 어느 포지션보다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김범석이 포수로 선발 출장하는 시기도 미정이다. 훈련과 체중 조절 외에도 포수로서 실책과 실패 등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시야를 넓게 뒀다. 2026년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처럼 연령 제한을 둔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이 구성될 확률이 높다.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성장하면 2년 뒤 태극마크가 꿈은 아니다.

지금은 타자로서 실전을, 포수로서 훈련에 매진한다. 천재 타자를 최고 포수로 육성하는 ‘LG 김범석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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