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꼼꼼한 캐릭터 분석으로 완성된 열연” 극찬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이민기에게서 익숙하지만 낯선 냄새가 난다. 수사극이라면 한 명쯤 등장할법한 엘리트 캐릭터이건만, 그에겐 무언가 남다른 특별함이 있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연출 박준우, 극본 오수진,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제작 에이스토리)의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 신입 주임 ‘차연호’ 역으로 돌아온 이민기.

어떤 역할을 만나도 ‘이민기 장르’로 탈바꿈시켜온 그가 연기하는 경찰은 왠지 모르게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민기는 냉정한 ‘T’(사고형) 100%에 눈치는 0%인, 독특한 형사 캐릭터를 200% 소화했다. 이런 그에게 빠져든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크래시의 입덕 요정’으로 등극할 태세다.

차연호는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그를 중고차 사기단의 일원으로 오해한 TCI 에이스 반장 민소희(곽선영)의 거센 주먹을 맞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기 때문. 여느 드라마의 주인공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연약함’이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다른 곳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2년간 여러 보험사의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정호규(배유람)의 패턴을 검토, 사기 정황은 물론이고 연쇄살인 가능성까지 알아낸 것. 이를 TCI에 제보함으로써, 차로 의지할 곳 없는 고령의 노인들을 타깃으로 벌인 교통사고를 가장한 연쇄살인사건의 덜미를 잡았다.

특히, 차량의 마찰계수, 타이어의 마모 흔적인 요마크 등을 통한 과학적 분석으로 정호규의 살인 의도를 알아내는 장면에서는 ‘이과 남자’의 멋짐을 폭발시키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수사에 돌입한 TCI의 추적을 눈치 챈 정호규가 자신에게 중고차를 판매한 조석태(이규원)를 타깃으로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 예측한 것도, 몸을 내던져 그의 돌진하는 차량을 저지한 것도 차연호였다. 그렇게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를 내려다보며 이렇게까지 한다고 산재처리 되냐며 비웃는 정호규에겐 그저 “내 일이니까”라고 덤덤히 답할 뿐이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할지라도,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제 일을 성실하게 하는 차연호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분명 강력한 힘과 현란한 기술로 빌런을 물리치는 흔한 영웅 캐릭터는 아니지만 제작발표회에서 박준우 감독이 밝힌 대로, “무해한 화이트 히어로”가 탄생한 것이다.

그의 이런 성격은 상상도 못했던 웃음까지 잡았다.

간부 특채로 TCI에 합류한 차연호는 팀장 정채만(허성태)의 소개로 팀원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혼밥’을 고수하고, 식감 때문이라며 비계살을 모두 골라내 TCI를 당황의 늪에 빠트렸다. 출근 첫날엔 경찰서장 구경모(백현진)와의 접촉 사고에서 그의 과실이 훨씬 많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며, “불만 있으면 보험사에 연락하시라”는 쐐기까지 박았다.

이후 차연호가 차기 서울청장 유력 후보의 아들이라는 정보를 얻고 회식 자리를 마련한 구경모 서장이 건넨 술잔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다”라며 단호하게 거절, 또 한 번 구서장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물론 차연호가 웃길 의도는 1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서열 ‘따위’엔 관심 없고, 사회성과 눈치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차연호의 한결 같은 태도는 뜻밖의 코믹 요소로 작용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시청자들 역시 마이웨이 차연호의 일관성에 어느새 빠져들었다.

당하는(?) 액션, 날카로운 추리, 웃음까지 다 잡은 차연호는 과거 떡밥까지 투척, 미스터리 서사에 대한 기대감도 심었다. 이렇게 끝을 모르는 차연호의 매력이 200%로 표현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작품에서 깊이 있는 내공을 쌓은 이민기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의 덕이 컸다.

제작진은 “이민기가 꼼꼼한 캐릭터 분석으로 차가운(?) 열연을 펼쳤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입 주임 차연호 캐릭터가 다채롭게 살아 움직인 이유다. 앞으로 노인 연쇄살인범 검거에 물꼬를 튼 차연호가 TCI 멤버들과 합을 맞추며 더 많은 교통범죄를 일망타진한다. 그의 무해한 사이다 행보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크래시’는 매주 월, 화 오후10시 ENA에서 방송되며,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에서도 동시 공개된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