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1군에 올라온지 어느덧 한 달. 키움 2년 차 우투수 박윤성(20)의 하루는 긴장되면서도 즐겁다. “하루하루 배우는 게 많다”는 그의 얼굴엔 1군 무대에서의 설렘과 동시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다.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23년 KBO리그 3라운드 전체 26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박윤성은 입단 직후 팔꿈치 인대 접합술(토미 존)을 받고 긴 재활을 하느라 지난해 1군은 물론 2군 등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부터 인상을 남기더니, 지난달 28일 1군 콜업된 후 조용히 호투하고 있다. 8경기 등판해 평균자책점 3.12, 홀드 1개를 기록한 박윤성은 강력한 구위로 승부하는 ‘구위형’ 투수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박윤성은 “등판 성적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배우는 게 많다. 경험을 쌓아나가 팀에 꼭 필요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장점을 잘 알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윤성의 속구 구사율은 무려 72.5%다. 박윤성은 “분석팀에서 내 속구가 좋다고 해주셔서 힘으로 붙어보려 하고 있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고 해주셨다”고 전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윤성의 속구 수직 무브먼트는 리그 최상위권(상위 3%)이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는 말은, 공에 회전이 많이 걸려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타자 눈에는 구속보다 빠르게 공이 들어오면서 떠오르는 느낌을 받게 한다.

박윤성의 땅볼 대 뜬공 비율 역시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9이닝 당 삼진 7.27개. 그라운드볼 비율(24%)보다 플라이볼 비율(76%)이 높다.

박윤성도 리그 최상위권인데 그보다 더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투수가 있다. 바로 팀 선배 김재웅이다. 박윤성은 김재웅과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강속구 투수가 아닌데, 구위로 승부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재웅은 박윤성의 든든한 멘토를 자처한 모양이다. 박윤성은 “(김)재웅이 형이 항상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다. 노하우도 많이 알려주셔서 도움이 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1군에서 지난 한 달간 아쉬운 순간도 있다. 바로 지난 19일 고척 SSG전이다. 0.1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주고 1실점 한 그는 이날 생애 첫 홀드를 올렸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박윤성은 “홀드 상황에 올라갔는데, 잘하려는 욕심이 생겨 볼넷을 주고 내려왔다. 그때가 참 많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박윤성을 점차 중요한 상황에 올려보려 한다”고 했다. 그만큼 박윤성의 가능성을 인정한 말이다. 박윤성은 “중요한 상황에 올라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는 건 감독님이 주시는게 아니라 내가 따내야 하는 것”이라며 “타이트한 상황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기회를 얻고 싶다”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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