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단장 출국 후 외국인 원투펀치가 각성한 듯 굳건히 마운드를 지킨다. 이들이 활약하면서 염원했던 선발 야구가 현실이 됐다. LG가 21세기 들어 한 번도 갖춘 적이 없었던 풀타임 5인 로테이션을 바라본다.

위기 뒤 도약이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2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평균자책점 부문 최하위에 자리한 케이시 켈리와 디트릭 엔스의 대체자를 구하기 위한 출국이었다. 그런데 단장 출국 후 거짓말처럼 켈리와 엔스가 나란히 호투를 펼친다. 기복을 떨쳐버리고 캠프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증명한 켈리와 엔스다.

늘 고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두 명이 연속으로 활약한 것은 처음이다. 로테이션상 켈리와 엔스가 붙어서 선발 등판하는데 둘 다 최근 선발 등판 2경기에서 연속 호투했다. 켈리는 지난달 26일 잠실 NC전에서 6이닝 3실점.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2실점(비자책). 올시즌 들어 두 번째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구위와 커맨드의 동반 향상이다. NC전에서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의 커맨드가 몰라보게 향상됐는데 두산전에서는 구속까지 껑충 뛰었다. 두산전 포심과 투심 평균 구속 시속 147㎞를 찍으면서 2022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모습을 재현했다. 패스트볼에 자신감이 붙으니 투구 템포가 빨라졌고, 템포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는 켈리의 볼배합에 타자들은 정신없이 끌려다녔다.

엔스의 도약 비결도 패스트볼이다. 주무기인 포심 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이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 쉽게 상대를 압박한다. 염경엽 감독의 주문처럼 존 상단을 활용해 투구수를 절약하면서 6이닝을 채운다. 엔스는 지난달 28일 문학 SSG전 6이닝 2실점, 2일 잠실 두산전 6이닝 1실점으로 두 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이렇게 외인 원투 펀치가 활약하면서 막강 선발진을 구성했다. 최원태 임찬규 손주영 국내 선발 3인방이 꾸준히 이닝을 소화함에 따라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선발 야구가 된다. 올시즌 LG는 10구단 중 유일하게 개막 5인 로테이션에 변화가 없다. 선발 이닝 또한 315.2이닝으로 이 부문 1위다. QS도 26회로 1위. 늘 불펜에 의존해온 마운드 지형이 180도 바뀌었다.

이대로라면 차 단장의 미국행은 단순 출장에 그치게 된다. 염 감독도 “가장 좋은 것은 켈리와 엔스 둘 다 살아나서 이대로 끝까지 가는 것”이라며 “바꾸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나. 바꾸게 되면 입국, 비자 발급까지 3주씩 걸린다. 대체 선발을 2~3회 써야 한다. 단장님께서 미국에 가셨지만 내년을 위한 리스트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발이 꾸준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LG처럼 타선이 강한 팀은 더 그렇다. 1위 KIA를 잡을 수 있는 희망도 선발 야구에 있다. KIA가 윌 크로우 교체, 이의리 시즌 아웃이라는 변수와 마주한 반면 LG는 선발진 완주를 바라본다.

완주를 위한 관리 계획도 이미 세웠다. 관리가 필요한 최원태에게 이따금 휴식을 주고 그 자리를 이종준으로 메운다. 염 감독은 지난주 “이종준을 6선발로 키워보려 한다. 2군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게 할 것이다. 1군 선발진 관리가 필요할 때 올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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