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양산=장강훈 기자] 고희(古稀)를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았지만, 20~30대 젊은 선수와 당당히 경쟁했다. 이틀간 36홀을 걸어서 플레이했고, 10오버파 152타를 적었다. 칠순을 앞두고도 드라이버를 260~270야드씩 때려내는 관록에 후배들도 박수를 보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다승(43승) 보유자인 최상호(69)가 9년 만에 후배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그는 7일 경남 양산에 있는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7142야드)에서 이틀간 현역 투어 프로들과 샷을 겨뤘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지만, 고령인 탓에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물론 없지 않았다. 최상호는 이틀간 보란듯이 ‘백 티’에서 플레이했고, 버디 3개를 솎아내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올해도 67회째를 맞은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에 출전한 최상호는 “김원섭 회장께서 ‘출전하시면 KPGA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9년 만에 KPGA투어에 출전하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선수권대회에 나섰고,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하루 4오버파를 목표로 삼았던 그는 “내 계산보다 2타를 더 쳤네”라며 호탕하게 웃더니 “모처럼 투어에 나왔더니 긴장도 많이했다. 고군택, 김한별 등과 플레이해서 힘들기도 했다. 비거리가 40야드 이상 더 나가고, 걸음도 빨라서 애를 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골프에 입문한지 5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골프가 어렵다”고 말한 최상호는 “KPGA투어에서 43승을 따낸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는 게 당연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국내 투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최경주가 KPGA투어 최고령 기록을 경신할 때는 시원섭섭했다(웃음). 하지만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내 기록이 모두 깨져야 투어가 발전한다”고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모처럼 갤러리 환호를 들으며 플레이한 최상호는 “협회 직원이 내 기록을 설명하니 ‘와’하는 함성이 들렸다. 그래서 긴장했다”며 입담을 이어간 그는 “이번 KPGA 선수권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대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의미있는 출전이었다. 골프계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주 3~4회 라운드하고, 스트레칭이나 스윙 훈련 등을 쉬지 않는다고 밝힌 최상호는 “선수들이 글로벌 투어로 가려면 코스 난도가 높아야 한다. 후배들은 국내에서만 안주할 때가 아니다. 때문에 KPGA투어 코스 세팅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버금가도록 해야 한다. 선수 기량을 끌어올리려면, 난도 높은 코스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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