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양=김용일 기자] 섭씨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중심엔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을 비롯한 ‘1992년생 라인’이 자리했다.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최종 6차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은 킥오프 이틀을 남겨두고 다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싱가포르 원정에서 기분 좋은 7-0 대승을 거둔 대표팀은 중국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 1위(4승1무·승점 13)를 확보,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안방에서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의지가 강하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시행한 A대표팀 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선참부터 훈련 시작 15분 전 그라운드에 나와 공을 들고 몸을 풀었다. 눈길을 끈 건 손흥민이다. 그는 이재성(마인츠) 송범근(쇼난 벨마레) 김진수(전북) 황희찬(울버햄턴) 황인범(즈베즈다)과 동그랗게 모인 뒤 원터치 또는 투터치 방식으로 볼돌리기하며 예열했다. 손흥민이 동료에게 장난을 걸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그는 “믿고 줘야 해! 서로 믿고 줘”라며 외쳤다.
손흥민은 과거보다 훈련부터 많이 웃는다. ‘믿음’이라는 단어 사용도 늘었다고 한다. 싱가포르전을 앞두고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자”고 동료에게 강조, 스스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과거 막내급 요원이 주로 해온 역할을 주장이 나서서 하려는 인상이 짙다.
손흥민은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직후 대표팀 내분 보도가 나온 뒤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내부에서 진정 어린 사과가 이뤄졌고, 3월 A매치 기간 다시 ‘원팀’으로 거듭나며 국민을 기쁘게 했다. 그의 리더십은 성숙해졌다. 대표팀 뿐 아니라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도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오래된 동료부터 새로 가세한 신예까지 아우르며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애쓴다. 싱가포르전 멀티골 등 실전에서 변함 없는 경기력은 기본이다.
그를 포함해 대표팀을 이끄는 김진수, 이재성 등 ‘92라인’ 요원 모두 팀을 생각하며 선참의 품격을 발휘하고 있다. 김진수는 풀백의 새 얼굴인 황재원(대구)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먼저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명단 발표된 뒤 네가 열심히 잘해서 오는 것이니 잘해보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대선배와 만나기 전 긴장감이 컸던 후배를 먼저 생각했다.
김진수는 “우리가 아시안컵 때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대표팀에) 도움될지 친구 뿐 아니라 선배들과 상의했다”면서 “어린 선수는 다 잘하고 있으니 나만 잘하면 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할 때”라며 선참의 역할을 강조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한때 어수선했던 대표팀의 결속력은 한층 더 단단해지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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