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진단 시 암 교육을 받은 환자와 교육을 받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이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체계적인 암 교육이 치료과정에서 암 생존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증명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2008년 국내 최초로 암교육센터를 열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암 환자 웰니스교육을 치료 과정에 포함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환자와 가족이 암 치료 중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질병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암의 이해와 치료 방법 △부작용 관리 △심리사회적 지지 △치료 중·후 일상생활 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를 시작으로 현재 주요 병원들이 암교육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도 전국 14곳에 설치됐다. 16년 사이 새로운 암 치료 체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셈이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암교육센터 교수와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술지 최근호에 “암 진단 시 디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지지를 제공하면 암 환자의 초기 사망 위험을 27% 낮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디스트레스는 나쁜 스트레스로, 암 환자가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어려움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암 진단 시 우울, 불안과 함께 매우 흔하게 나타나고, 암 환자의 약 40%가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암을 새로 진단받고,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 4880명의 환자 중 암 교육을 받은 810명과 받지 않은 4070명의 일 년 사망률을 추적 관찰했다.

두 집단 간 일 년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교육 중재군은 5.5%였던 데 반해, 비중재군은 7.6%로 더 높았다. 교육받은 환자들의 일 년 내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60세 기준 50세 미만 환자에서 63%, 50대 환자에서는 54% 가량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연구에서 수술 치료가 가능한 대장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와 재발·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규명됐다. 디스트레스 정도가 컸던 대장암 환자들은 재발과 사망 위험도가 최대 84% 높았다.

4기 대장암 환자에서는 153%까지 급격히 오른 것으로 나타나, 디스트레스 관리가 환자 치료에 중요한 요인이란 점을 암시했다.

조주희 교수는 “암을 치료하기에 앞서 적절한 교육과 지지 프로그램을 제공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좋다는 것은 치료의 영역에서 암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근거”라며 “다양한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는 처음 암 진단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교육을 모든 암 환자, 암 의심 환자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또 모바일 문진으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알고리즘을 개발해 환자 상태에 맞춰 적극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통증·수면 등 암 치료에 따른 동반 질환은 암치유센터에서, 우울증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자동으로 정신건강클리닉 협진을 받아볼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했다.

또한 수십 년 근무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를 ‘퍼스트 케어기버’로 배치해, 진료 전 환자의 사전 상담을 돕고, 디스트레스 상담실에서의 사회복지사의 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암 치료는 이미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만큼 환자와 가족이 직면한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 너머 치유를 생각하는 새로운 암 치료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지난 5일(현지 시간) 글로벌 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4 아시아-태평양 베스트 전문병원’ 암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 병원’으로 선정됐다.

암병원은 최근 2년 연속 뉴스위크 ‘글로벌 전문병원 평가’에서도 아시아 병원 중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글로벌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해 5위를 기록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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