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조용하다. 타깃으로 공이 날아들면, 구종과 관계없이 배트를 내민다. 타이밍이 맞으면 장타. 물론, 헛스윙도 많다.

3할이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만큼, 일곱 번 헛스윙해도 세 번 제대로 맞으면 흐름이 바뀐다. 조용히, 꾸준히 선두 경쟁 중인 두산 타선 얘기다.

여러 이유로, 모처럼 현장에서 야구를 봤다. 눈에 비치는 큰 그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핀포인트로 보면 많이 달랐다. 특히 두산 타자들이 그랬다. 소위 ‘점으로 치는 타자’가 많았는데 ‘면을 만드는 궤적’이 늘었다.

강승호, 박준영 등 국내 타자뿐만 아니라 헨리 라모스조차 ‘헤드가 남아있는 스윙’을 했다. 헤드가 남아있다는 건 회전축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손을 포함한 팔로 끌어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매 타석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면으로 친다’는 인상을 풍겼다. 스윙이라는 게 연속동작이므로 겉으로는 드라마틱한 변화처럼 보이지 않지만, 상대하는 배터리 입장에서는 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점으로 친다는 건 날아드는 공과 스윙 궤적이 하나의 점에서만 만난다는 의미다. 콘택트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정타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면으로 친다는 건 스윙궤적과 날아드는 볼이 만나는 점이 많다는 뜻이다. 타이밍이 어긋나더라도 정타를 만들 확률이 높으므로, 이런 타자와 상대하는 투수는 특히 변화구를 매우 정교하게 던져야만 한다. 속구 타이밍에 한 스윙에 어설프게 던진 변화구가 걸리면, 장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제구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식을 하는 순간, 투수는 불필요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경직되면 볼에 전달하는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으니, 볼이든 스트라이크이든 실투 확률이 높아진다. 투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시나브로 이런 의식을 갖게 만드는 팀이 됐다. 때문에 이른바 ‘순간 집중력’이 매우 강한 것처럼 보이는 타선이 됐다. 한 번 물꼬를 트면, 매섭게 몰아친다. 기동력까지 있으니, 상대 배터리로서는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실투 확률이 높아지니 빅이닝을 헌납하기 일쑤다. 두산이 장타율 1위팀으로 거듭난 배경이다.

하나 더. 타자마다 ‘내가 잘 치는 코스’를 인지한 인상을 풍긴다. 어떤 타자든 ‘좋아하는 코스’가 있는데, 두산 타선은 볼카운트와 관계없이 좋아하는 코스로 볼이 날아들면 지체없이 배트를 휘두른다. 반드시 안타가 되는건 아니지만, 상대 배터리에게 ‘위험했다’는 위압감을 준다.

지난해까지는 자주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어느 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타선’이라는 두산의 자부심은 미세한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시즌 반환점을 돌 때까지 성적을 유지했으니, 타선 자신감으로 자리매김했다. 혹서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두산을 강팀으로 분류하게 만든다. 두산의 기세,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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