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어떤 팀에서나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살림꾼’. 상대적으로 돋보이지 않지만 소리 없이 강한 주인공. 이재성(32·마인츠)이다.

지난 2014시즌 전북 현대를 통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재성은 2018년 여름 독일 무대로 넘어간 뒤 국제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에서는 2선은 물론 3선 미드필더도 거뜬히 소화하며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뽐내고 있다. 순도 높은 활약과 다르게 스포트라이트를 적게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스포츠서울 창간 39주년 인터뷰를 통해 “나는 지금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디서나 응원해주셔서 힘을 얻는다. 사랑받는 선수라는 걸 느낀다. 계속해서 기쁨과 행복을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인츠 ‘구세주’가 돌아본 강등 싸움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이재성은 지난시즌 소속팀에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는 시즌 내내 2부 강등권에 머물렀다. 감독도 2명이나 교체됐다. 그럼에도 이재성은 팀의 핵심이자 중심으로 활약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꼈다. 결국 마인츠는 막판 9경기에서 5승4무, 무패를 달리며 극적으로 ‘1부 생존’에 성공했다.

“다시 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고 괴로웠다”고 말한 이재성은 “신체적으로 힘든 건 물론 정신적,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강등권에 있는) 상대 결과를 봐야 하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온통 정신이 그런 쪽으로 가더라”고 돌아봤다.

이재성은 마인츠의 무패 기간 4골2도움을 올리며 ‘구세주’로 불렸다. 정작 그는 손사래를 치더니 “감사한 마음이 크다. 정말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맞다. 강등권을 맴돌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잔류라는 목표밖에 없었다. 보 헨릭센 감독이 부임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꼭 살아남는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 구단뿐 아니라 팬 그리고 마인츠라는 도시 전체가 함께 만든 성과”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독일에서 6시즌…“EPL 진출은 꿈, 기회 오면 주저않고 도전”

이재성은 어느덧 독일에서 6시즌을 보냈다. 그 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의 관심을 받아왔다. 서른 중반을 앞둔 그에게 EPL 진출이라는 꿈은 여전히 마음속에 존재한다.

이재성은 “이 나이에 유럽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뛰는 건 감사한 일”이라며 “항상 EPL 진출은 꿈이다. 은퇴하는 날까지 그럴 것 같다. 계속해서 노력하면 꿈을 이룰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꿈을 마음에 품고 있고,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보려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EPL에 입성하면,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토트넘)과 ‘첫’ 맞대결이 펼쳐진다. 둘은 한 번도 ‘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그는 “(손)흥민이와 이와 관련한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상상이 안 된다”면서도 “나도 그렇지만 흥민이도 기뻐할 것 같다. 또 많은 분이 기대하지 않겠나. 같은 (대표)팀에서 동료로만 뛰어왔기 때문에 손에 꼽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센추리클럽까지 12경기…“우리 색깔 입힐 감독 왔으면”

이재성은 지난 2015년 3월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A매치에서 데뷔, 어느덧 88경기(11골)를 뛰었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한 선수 모임) 가입에도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대표팀 내에서도 손흥민과 선참급이다.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은 물론 월드컵도 2차례(2018 러시아, 2022 카타르)나 출전했다.

이재성은 “주변에서 말씀해주셔서 숫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 88경기보다 앞으로 12경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며 “어린 선수도 있고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센추리클럽 가입은 꿈꾸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의지를 뒀다.

다만 대표팀에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했고, 팀 내 불화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뒤엔 3월과 6월에 각각 황선홍,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이재성은 “주장, 부주장을 떠나 선참으로 지혜롭게 또 슬기롭게 (팀을) 이끌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큰 공부가 된 시간”이라며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돌아봤다. 동갑인 손흥민, 김진수(전북) 등과 의지하고 팀을 리드하려고 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임시 감독 체제를 두 차례나 거친 대한축구협회(KFA)는 새 감독 선임 과정을 밟고 있다. 임시 감독은 물론 주장 손흥민도 새 감독 선임 방향성에 관해 언급했다. 이재성은 “팀에서 감독 역할은 중요하다. 한 사람(감독)을 통해 많은 게 바뀔 수 있다. 우리만의 색깔로 나아가게 할 분이 오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명하게 어떤 방향으로 갈지 인지하고 이를 제시할 감독이 오기를 바란다”고 소신 있게 말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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