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합천=박준범 기자] “(여왕기에) 오면서 설레고 감회가 새로웠죠.”

여왕기는 1993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32회를 맞았다. 지소연(시애틀 레인)을 비롯해 이금민(브라이턴), 추효주(수원FC) 등이 여왕기를 통해 발굴, 성장했다. 그리고 뜻깊은 인물이 여왕기를 다시 찾았다.

바로 한옥선(50) 경기감독관이다. 한 감독관은 1993년 여왕기 대학부 초대 MVP 출신이다. 당시 경희대 소속 수비수로 맹활약한 그는 모교의 우승을 견인하며 MVP에 올랐다. 다만 그는 다소 이른 결혼으로 실업 무대로 향하지 않았다.

한 감독관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통해 “당시 효창운동장에서 예선을 치르고, 동대문구장 천연잔디에서 우리가 처음 뛰었다. 새롭기도 하고 자부심도 컸다. 우승했는데 지금도 새롭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상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축구화와 용품을 받았던 것 같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한 감독관은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A매치 3경기 기록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수비수가 MVP를 수상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에도 드문 일이다. 한 감독관은 “열심히 했더니 상을 주더라”라며 “무서울 게 없었다. 내가 생각할 때 1992년에 대표팀에 발탁됐고, 열심히 뛰고 그럴 때인데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관은 현역 은퇴 후 가정에 충실하며 다른 직업을 찾았다.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녹색 그라운드가 그리웠다. 그렇게 다시 축구 현장으로 돌아와 감독관 생활을 하고 있다. 한 감독관은 “너무 즐겁다. 선수들을 다시 만나는 것도 그렇고, 이 자리에 와서 활기차게 후배들이 뛰는 것을 보니까 즐겁다. 그리고 여행 다니는 느낌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경기감독관으로 활동한 지도 5년이 됐지만 여왕기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합천에) 오면서 설렜다”고 말한 그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1회 대회에 출전하고 32회째라고 하니 감회가 새롭더라”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여왕기 명맥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왕기가 없어지면 안 되고 꾸준히 열려서 50회를 넘어 100회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다른 대회들처럼 항상 (열리는) 당연한 대회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감독관은 이제 후배들을 바라보는 입장이다. 선수를 경험한 만큼 애정도 크다. 그의 딸 역시 실업 무대까지 경험한 뒤 지금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후배들을 보면) 사실 안쓰럽기도 한데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본다”라며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실업 무대까지 도달하는 게 힘들지만 성실하게 기본기부터 배우다 보면 언젠가 꿈을 펼칠 시간이 오지 않겠나”라고 당부했다.

한 감독관이 선수 시절과 비교하면 여자축구가 발전을 이뤄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는 “30년이 지났다. 여자축구에 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관심이 더 많아져야 한다. 여러 대회를 다니는데 WK리그 관심도가 적다. WK리그 그리고 여자축구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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