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마냥 운이 따르는 것 같기도 했다. 선발 등판할 때마다 타선이 터지면서 손쉽게 선발승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 선발 투수와 명품 투수전도 이겨내면서 팀의 승리를 가져왔다. LG 디트릭 엔스(33)가 팀의 승리 공식이 됐다.

LG는 26일 잠실 삼성전에서 2-1로 승리했다. 경기 중반까지 엔스와 코너 시볼드의 치열한 선발 대결이 진행됐다. 엔스는 최고 구속 시속 152㎞ 포심 패스트볼을 삼성 우타자 몸쪽에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묵직한 포심을 몸쪽에 심고 컷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을 섞었다. 삼성이 엔스에 대비해 우타자 위주로 라인업을 짰는데 효과가 없었다.

코너도 대단했다. 꾸준히 구속과 구위가 향상되는 모습을 이날도 이어갔다. 최고 구속 시속 153㎞. 패스트볼에 무브먼트가 동반됐고 슬라이더 또한 날카로웠다. 6회까지는 엔스와 코너의 팽팽한 무실점 경기였다.

경기 후 웃는 이는 엔스였다. 엔스가 6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간 반면 코너는 7회 실점했다. 1루수 맥키넌의 송구 에러로 비자책으로 기록됐으나 실점을 남긴 채 경기를 마쳐야 했다. LG는 엔스의 호투와 더불어 야수들이 상대 실책으로 얻은 기회를 살리는 집중력도 돋보였다.

전날 케이시 켈리의 9이닝 1안타 완봉승의 기운을 이어받은 엔스다. 엔스는 “어제 켈리의 투구를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웃으며 “3회까지는 나도 퍼펙트였는데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저 공 하나하나 정확하게 던지면서 행운을 빌었다. 볼카운트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켈리가 퍼펙트 게임을 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완봉승을 거두며 동료와 환호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켈리는 늘 열심히 훈련한다. 나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켈리의 활약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시작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시범경기 기간 막강한 구위를 자랑한 엔스지만 경기마다 기복을 보였다. 제구가 되는 날과 안 되는 날의 차이가 컸고 결과도 달랐다. 그때마다 주위의 의견을 경청했다. 코칭스태프와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연구했고 자신도 모르게 놓쳤던 팔각도를 찾은 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까지 치른 7경기 평균자책점은 5.35. 5월 5경기 평균자책점은 4.97. 그리고 6월 5경기 평균자책점은 3.10이다. 무엇보다 6월 등판 5경기 중 3승을 거뒀고 자신의 등판이 팀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엔스의 승률은 80%. 이 부문 리그 1위인 엔스다. 선발승 또한 8승으로 키움 헤이수스와 함께 공동 1위. 더불어 엔스 등판 경기 LG 승률도 70.6%. 승리 아이콘인 엔스다.

이른바 승리 방정식이 된 것을 두고 엔스는 “동료들 덕분이다. 우리 야수들의 수비와 공격이 모두 뛰어나다. 내가 나갈 때마다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그래서 나는 더 내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던지면 동료들이 승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낸다면 승리한다는 믿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고전했을 때는 실망과 아쉬움도 많았다. 그러나 적응기를 거치면서 엔스와 선수 간의 신뢰가 생겼다. 엔스가 훈련하는 모습과 연구하는 모습이 동료들에게 믿음을 줬다.

켈리도 그랬다. LG 첫해인 2019년 전반기에 기복을 겪었으나 적응하는 자세를 통해 구단 최고 외국인 투수로 올라섰다. 엔스와 켈리가 동반 활약을 이어가면, 후반기 LG 선발 야구는 한층 강해질 것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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