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 대종상은 생각지도 못한 악마에게 시달리고 있다.” (이장호 감독)

올해로 60주년을 앞둔 대종상 영화제(대종상)의 주최 측인 영화인총연합회(영총)가 파산에 이르렀다. 영총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대종상을 위탁 맡아 운영할 때 문제를 일으켰던, 채권자 A(87)씨가 개최권을 사유화하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종상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린 장본인이 대종상을 훔치려 한다는 게 영총의 주장이다.

사단법인 영총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영총 파산 및 회생 문제부터 대종상영화제 개최까지 논란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윤호 영총 이사장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3차례 대종상 행사위탁운영과 관련된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영총 파산 신청자인 A씨가 주도한 것”이라며 “당시 조직위원장을 소개한 명목으로 소개비를 준다는 계약이 있었다. 그 부담금이 영총의 채무가 되는 이상한 구조였다. 이에 따라 A씨가 당시에 쓴 7000만원과 소개비 1억5000만원, 이차 약 1억원이 돼서 3억2000만원가량의 빚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총이 밝힌 채권자는 약 87세로, 60년대부터 대종상에 들어와 시상식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영총은 채권자 A씨가 양 이사장을 사퇴시킨 후 비상 체제에서 영총을 임의로 재편성해 대종상의 권한을 되찾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장호 대종상 위원장은 “영화제를 이끈 조직이 참 썩었다. 시상식을 장사하는 것처럼 활용해서 권위와 신뢰를 잃었다. 최근 3년 전부터 영총이 운영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대종상을 사유화하려는 A씨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면서 “올해에는 지상파와 서울시 등과 협업하면서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제 나도 원로가 된 입장에서 더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영총과 대종상의 미래는 묘연한 것이 사실이다. 파산을 하게 되면 영총이 유명무실해지면서, 대종상 개최권 여부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적인 다툼에서 영총이 지면, 주최권이 A씨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또한 A씨의 파산 신청 때문에 영총은 서울시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약 5억원의 지원금도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 이사장은 “여러 법적인 문제가 있지만, 아직 영총이 대종상 주최권을 갖고 있다. 비록 어려운 실정이긴 하나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되면, 투명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총 이사장을 포기할까도 했다. 하지만 주위 임원들이 비록 힘들더라도 제가 자리에 남아있길 원해서 싸움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장호 위원장은 “대종상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영화인이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악마와 같은 사람들이 추악한 형태로 대종상을 사유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영화계의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그동안 침탈당했던 대종상을 냉정하게 바라봐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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