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긴 혼돈 끝에 다시 경험을 선택했다. 리빌딩 종착역에 닿기를 바라며 베테랑 지도자들이 현장을 이끈다. 김경문 감독 체제 한화가 양승관 수석 코치, 양상문 투수 코치와 함께 후반기에 돌입한다.

과도기가 길었다. 본격적으로 리빌딩을 천명한 2020년부터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팀을 운영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전문가로 불린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이에 맞춰 구단 운영 방향에도 변화를 줬다. 수시로 선수들이 1, 2군을 오가며 이른바 ‘옥석 가리기’를 진행했다.

문제는 변화가 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험을 통해 동기가 부여되고 기량이 늘기를 바랐는데 이를 이룬 선수가 많지 않다. 야수진에 공격과 수비를 두루 잘하는 선수가 드물다. 내부 육성보다는 외부에서 온 베테랑 선수의 비중이 크다. 단기 처방인 프리에이전트(FA) 영입에 기대는 현실이다.

육성 없이는 강팀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내공을 쌓은 올드보이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달 3일 15년 이상을 사령탑을 지낸 김경문 감독을 영입했다. 후반기부터는 양승관, 양상문 코치까지 60대 지도자 셋이 팀을 지휘한다.

반대 노선이다. 이전까지 한화는 최신 이론이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믿었다. 미국 선수 육성법을 한화에 적용한다면, 보다 빠르게 유망주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시환이 지난해 최고 타자로 올라섰다.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주현상이 3년 만에 필승조, 4년 만에 마무리로 연착륙했다.

그런데 진화의 폭이 넓지 않다. 이따금 놀라운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있어도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는 드물었다. 쉽게 말해 연속성이 없었다. 그러면서 수시로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수비가 흔들리면 공격보다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로, 공격이 저조하면 수비보다는 공격이 뛰어난 선수를 올렸다. 유망주가 1군에서 고전하면 또 다른 유망주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야말로 돌려막기식 운영이었다.

김 감독 부임으로 다시 리셋이다. 김 감독은 선수단을 구성하는 틀을 짜고 있다. 우열을 가리지 못했던 신예 선수 경쟁에 우선순위를 정했다. 결과적으로 황영묵 장진혁 이도윤 이원석 등이 내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꾸준히 출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전과 백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주전에서 밀린 선수라도 잠재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과 지도력이 필요했다. 2군 감독과 수석, 타격 코치까지 지도자로서 커리어를 두둑이 쌓아온 양승관 수석 코치가 김 감독과 함께 야수진을 바라본다. 단장과 감독, 투수 코치를 역임해온 양상문 투수 코치는 김 감독과 투수진을 보는 눈을 공유한다.

10구단 모두 후반기 마운드 안정을 목표로 삼았다. 한화도 다르지 않다. 지독한 슬럼프를 겪는 문동주. 프로 입단 후 팔 높이만 여러 차례 바꾼 김서현에게 양상문 코치가 바른길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황준서 김기중 남지민까지 잠재력 무한대 투수 몇 명이라도 후반기 힘을 보태면 마운드 높이가 달라진다.

승리해야 성장 폭이 넓고 도약하는 선수도 많다. 지금까지는 패배 속에서 마냥 크기를 바랐는데 이제는 승리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전반기를 9위로 마쳤지만 5위 SSG와는 3.5경기 차이. 올드보이 지도자가 합심한 한화가 후반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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