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일타강사들의 삶은 어떨까. 지난 달 30일 종영한 tvN 드라마 ‘졸업’은 입시 최전방에서 매일 고3같은 일정을 살아가는 일타강사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첫사랑의 아이콘’ 배우 정려원과 아직 사랑연기가 어색하다는 배우 위하준은 대치동 현직 강사 못지 않은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안방 설렘지수를 높였다.

◇정려원 “영어강사인 줄 알았는데 ‘일타 국어강사’라니…인강보며 공부했죠”

“저는 당연히 영어강사인 줄 알았어요. 국어강사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배우 정려원은 지난해 5월 안판석PD의 러브콜을 받은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매니저가 “한번 읽어보라”며 건넨 대본에서 연출자 이름을 확인한 그는 첫장을 읽기도 전에 “무조건 한다고 해”라고 말했다. 정려원은 “항상 모든 대본을 직접 읽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대본도 읽기 전에 결정한 작품은 ‘졸업’이 처음”이라고 웃었다.

막상 대본을 읽어보니 대치동 일타국어강사 서혜진 역할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호주로 이민 가 현지에서 교육을 받다 20살에 샤크라로 데뷔하며 한국에 온 그로서는 막막했다. 인터넷 강의로 유명한 김동욱, 강예영, 김젬마 강사의 강의를 보며 참고하고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학원강사 역할을 연기했던 정경호한테 칠판을 빌려 연습했다.

대중에게는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을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다. 하지만 안판석PD는 정려원에게 “서혜진은 ‘모태솔로’”라고 못박았다. 정려원은 “비록 과외제자지만 6살밖에 차이 안나는 준호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겠다 싶었다. ‘사제지간’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 했다”고 해석했다.

상대역인 위하준에 대해 “대본 속 준호는 현장에서 ‘준쪽’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하지만 위하준이라는 묵직한 배우를 만나 ‘준쪽이’가 아닌 매력적인 이준호가 됐다”고 칭찬했다.

오랜만에 정려원표 첫사랑 연기를 선보인 그는 “‘첫사랑’ 수식어로 다시 불릴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평생 ‘첫사랑’ 연기를 할 수는 없으니 감사히 떠나보내겠다”며 “대본만 좋다면 다시 멜로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하준 “대치동 살벌한 입시 환경에 화들짝! 1년 내내 준호로 살았어요”

“공부방 하나 있던 전남 완도에서 학창생활을 보내 대치동의 현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세련된 외모와 달리 위하준은 학창시절, 산과 바다에서 운동만 했다며 웃었다. 흔한 학원도 없고,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게 전부였던 그는 대치동 일타 강사를 꿈꾸는 ‘졸업’의 이준호를 연기하며 요즘 10대들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요즘 학생들은 학원 5~6개는 기본이잖아요. 코딩까지 배우고. 극중 준호의 대사 중 국어공부를 통해 전체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말에 공감했어요. 저도 학창시절 책을 많이 읽었으면 대본 보는 능력도 키우고 연기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준호식 교육관에 이입됐죠.”

‘졸업’은 위하준이 9년만에 선택한 멜로물이다. 그간 주로 장르 드라마에 출연했던 그는 신인시절 자신을 기용한 안판석PD의 부름에 두말않고 응했다.

“2018년에 JTBC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 선배의 동생으로 출연했어요. 5년만에 재회했는데 그간 열심히 연기한 시간을 보상받은 느낌이었죠. 감회가 새로워서 더 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멜로 연기는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었다. ‘첫사랑의 아이콘’인 선배 정려원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려원 누나가 ‘하준아, 너 멜로할 때 이렇게 매력적인데 그동안 왜 안 했어?’라고 물었다. 그 말이 큰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졸업’의 이준호를 떠나보낸 위하준은 또다른 준호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12월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의 황준호다. 위하준은 “지난해 내내 준호로 살았다”며 “차기작에서는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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