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외국인 타자에게 바라는 모습은 대체로 ‘시원한 한 방’이다. 삼성에도 그런 선수가 왔다. 주인공은 루벤 카데나스(27)다. 첫 홈런부터 어마어마했다.

카데나스는 지난 10일 삼성과 계약했다. 연봉 32만7000달러, 옵션 10만달러 조건이다. 약 5억9000만원이다. 원소속구단 필라델피아에 지급한 이적료도 5만달러가 있다.

시즌 절반 이상 치른 시점에서 데려왔음을 고려하면 꽤 큰 금액을 썼다. 기대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 기록에서 알 수 있다. 빅리그 기록은 없지만, 트리플A에서 20홈런을 터뜨렸다.

삼성과 계약한 후 딱 열흘 만에, 1군 등록 후 두 번째 경기에서 거대한 한 방을 선보였다. 20일 홈 롯데전이다. 13-4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섰다. 마운드에는 왼손 진해수.

카운트 1-2에서 5구째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딱히 실투가 아니었다. 우타자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다. 카데나스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완벽하게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 가느냐가 관건. 타구는 훨훨 날아 좌중간 관중석 2층도 넘겼다. 장외 홈런이다. 비거리가 무려 140m가 나왔다. 타구 속도는 시속 162㎞가 찍혔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아니라 어떤 구장에서도 넘어갈 타구다.

원래 있던 데이비드 맥키넌 때문에 애를 먹었다. 초반 맹타를 휘둘렀는데 이후 차갑게 식었다. 특히 홈런이 너무 없었다. 단 4개다. 5월18일 한화전 이후 대포가 터지지 않았다.

반대로 삼성과 팬들의 속은 터졌다. 삼성 홈구장 라팍은 타자친화형 구장이다. 다른 팀 외국인 타자는 라팍에 와서 펑펑 치는데, ‘우리 편’은 침묵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삼성이 칼을 뽑았다. 카데나스 영입으로 이어졌다. 이종열 단장이 2주 간격으로 미국을 두 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공을 들였다.

19일 1군에 처음 등록됐다. 사실 구상대로 되지는 않았다. 퓨처스에서 한두 경기 정도 뛰고 1군에 올리려 했는데, 퓨처스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어쩔 수 없이 19일 바로 올렸다.

첫 경기에서 2루타 한 방 터뜨렸다. 예열이다. 20일 두 번째 경기에서 대포를 쐈다. 삼성이 그토록 원했던, 팬들이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것이다.

삼성은 ‘순혈 거포’는 아니라 했다. 굳이 나누자면 중장거리 유형에 가깝다고 했다. 테이크백이 짧고, 다리도 크게 들지 않지만, 스윙 순간 온 힘을 쏟는 유형. 화끈하게 터졌다. 이렇게 쳐주면 뭐가 됐든 무관하다. 딱 두 경기 했는데 맥키넌의 기억을 지우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