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딱 3년 걸렸다.

반효진(16·대구체고)이 처음 공기소총을 잡은 것은 2021년7월의 일이다. 동원중 2학년 학생이었던 그는 사격부에서 활동하는 친구 제안의 사격에 입문했고, 그렇게 체고에 가게 됐다. 3년이 지난 2024년7월29일,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251.8점으로 이 종목 올림픽 결선 타이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반효진은 의미 있는 기록을 여럿 세웠다. 한국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올림픽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2007년생인 반효진은 만 16세10개월18일의 나이에 메달을 따내며 한국 사격 역대 최연소 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무려 24년 전인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강초현(당시 만 17세11개월4일)이 세운 기록을 약 11개월이나 당겼다. 반효진은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의 최연소 선수이기도 하다.

반효진은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영락 없는 10대 소녀다. 하지만 사격장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제일 독하게 치고 올라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올림픽 출사표를 던질 정도다. 참가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었다는 의미다.

천재의 화려한 탄생이다. 반효진은 3년 전 공기소총을 처음 잡았다. 두 달 만에 대회에 입상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인 반효진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루며 올해 3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공기소총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파리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천재가 아니라면 절대 남길 수 없는 발자국이다.

금메달 후보는 아니었지만 본선부터 일을 낼 조짐이 보였다. 전날 열린 본선에서 반효진은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본선을 통과했다. 메달을 노릴 만한 페이스였고, 결국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서 사격장에 애국가를 울렸다.

결과가 나온 뒤 눈물을 흘린 반효진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 코치님들까지 너무 힘들게 왔는데 제가 금메달을 따서 벅차올랐다. 언니들도 울면서 뛰어오더라. 엄청 눈물이 나더라”라며 웃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반효진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알 수 없다. 금메달을 획득한 뒤 “절대 자만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배우는 자세로 경기에 나가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어른스러운 각오를 말할 만큼 사격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욕심도 많다. 파리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비상한 반효진이 4년 뒤 올림픽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세울지 벌써 기대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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