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닥치고 공격’이다. 언제든 장타를 칠 수 있는, 타격이 뛰어난 선수들을 라인업에 몰아넣는다. 그러면서 매 경기 대량 득점한다. 4, 5점을 내줘도 매일 두 자릿수에 가깝게 득점해 시원하게 이긴다. 지난 2일 대전 KIA전까지 무더위를 날려버리듯 7연승을 달린 한화 얘기다.

숫자만 봐도 무시무시하다. 지난달 23일 대전 삼성전부터 경기당 평균 9.43득점으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킨다. 팀 타율은 0.349. 홈런 9개가 나왔고 팀 장타율은 0.513. 팀 OPS는 0.915로 이 기간 모든 타격 지표에서 10구단 1위다. 연승 기간 삼성 대니 레예스와 코너 시볼드, KT 윌리엄 쿠에바스와 고영표, 엄상백 등 수준급 선발과 마주했는데 타선의 힘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모험이 대성공을 거둔 결과다. 채은성 안치홍 김태연 김인환 하주석이 모두 글러브를 착용한 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타격 올인’ 전략이 적중했다. 수비는 불안할 수 있지만 수비 불안에 앞서 대량 득점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팽팽한 흐름이 아닌, 빅이닝을 통해 일방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최근 3경기 모두 두 자릿수 득점. 연승 기간 채은성과 김태연은 각각 OPS 1.106, 1.000으로 뜨겁게 배트를 돌렸다. 노시환도 지난해 최고 타자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쉴 틈 없는 지뢰밭 타선이 완성됐다. 유격수로 출장하는 하주석 또한 최근 6경기 타율 0.550 OPS 1.450. 10년 동안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대형 유격수의 모습을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 운용의 묘도 발휘한다. 리드폭을 넓히면 수비가 뛰어난 선수들이 하나둘 그라운드에 선다. 지난 2일에도 경기 중후반부터 유격수 자리에 하주석 대신 이도윤, 2루수에 안치홍 대신 황영묵, 우익수로 김태연 대신 이원석이 출전했다. 자연스럽게 체력을 안배하고 다음 경기 타선 폭발을 장전한다.

비로소 답이 보인다. 이전까지는 타격 위주 라인업과 수비 위주 라인업을 병행했다. 둘을 섞기도 하면서 승리를 이끄는 라인업을 끊임없이 찾았다. 그러다가 다소 극단적이지만 빅이닝을 보장하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물론 타격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 타격과 마운드가 조화를 이뤄야 연승한다. 그런데 마운드 역시 점점 계산이 선다. 지난달 30일 수원 KT전 하이메 바리아를 시작으로 선발 투수가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소화한다. 선발이 불펜 소모를 막아주고, 불펜은 리드를 지킨다. 연승 기간 한화 불펜 평균자책점은 2.40. 올시즌 최고 마무리 주현상을 중심으로 박상원 이민우 김서현 한승혁이 동반 활약한다.

팀 전체에 울림을 전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수원 KT전에서 류현진은 투구수 111개 역투를 펼쳤다. 6점을 허용했음에도 어떻게든 5이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지막 강백호와 승부에서 혼신의 몸쪽 속구를 구사해 7-6 리드를 지켰다. 타자들은 이에 응답한 듯 6회초 3점을 뽑았고, 9회초 8득점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7연승 이전 7연패를 당했을 때는 이대로 시즌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빠르게 잃어버린 것을 되찾았다. 즉 한화의 2024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일까지 딱 100경기를 치렀고 44경기가 남았다. 5위 SSG와 4.5경기 차이. 멀지만 최근 연승 흐름을 유지한다면 마냥 멀지도 않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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