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원래 집중력이 강하고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에요.”

함박웃음이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권총을 잡은 게 올림픽 금메달까지 닿았다. 여자 사격 25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낸 양지인(21·한국체대)의 부친 양재성 씨가 기쁨을 전했다.

양지인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시리즈 첫발이 무산되며 시작이 좋지 않았음에도 우직하게 올라섰다.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올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슛오프였다. 양지인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네 발을 맞혔다. 양지인과 우승을 다툰 프랑스 카밀 예드제예스키는 한 발에 그쳤다. 양지인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금메달을 마주했다.

양지인의 금메달로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에서만 3번째 금메달, 총 5번째 메달을 따냈다. 더불어 이번 올림픽 한국의 8번째 금메달도 나왔다. 여자 25m 권총으로는 2012 런던 올림픽 김장미 이후 12년 만의 금메달을 달성한 양지인이다.

양재성 씨는 스포츠서울과 전화 통화에서 양지인의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바라봤다며 “뭐라고 표현을 하지 못하겠다. 보는 나도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역시 우리 지인이가 집중력이 강하다. 원래 우리 지인이가 집중력이 강하고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고 웃었다.

우연히 운명과 마주했다. 양지인은 중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를 통해 사격을 접했다. 선수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귀신과 같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양지인 스스로 사격에 흥미를 느꼈다. 뜨겁고 시원하게 울리는 총성이 양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양재성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바로 선수로 입문하게 됐다. 잘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지인이 스스로 욕심이 많더라. 고등학교 원서를 쓸 때 전주에서 최고가 되라고 했는데 지인이는 서울에 가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했다”며 “(서울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더 잘했다. 전국체전에서 우승도 하고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고 돌아봤다.

마냥 순탄치는 않았다. 슬럼프도 있었다. 당연할 것 같았는데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그런데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코로나19로 인해 일 년 미뤄지면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두루 동메달을 획득하며 최고 무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양재성 씨는 “선수라고 해도 늘 잘할 수는 없지 않나. 아시안게임 선발 때도 그렇고 안 될 때가 있었다.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는 모습도 봤다. ‘그만둬야 하나’는 생각도 했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권총을 잡았을 때 나오는 격발음이 재미있다고 했다. 재미를 계속 느끼면서 계속 사격을 하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려움을 극복한 비결은 멘탈이다. 어느 순간부터 양지인은 지나간 일을 홀가분하게 털어버리는 멘탈을 갖췄다. 좌우명도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로 알려졌다.

양재성 씨는 “우리 지인이가 멘탈이 좋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시원하게 흘려보내고 다시 집중할 줄 안다. 좋은 멘탈이 나를 닮은 것 같다”고 재차 함박웃음을 지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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