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르부르제=정다워 기자] 단 5초. 잠시 한눈을 팔면 경기는 끝난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경기가 가장 빨리 끝나는 종목은? 정답은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다. 빠르면 5초 내, 오래 걸려도 8초 안으로 경기가 마무리된다. 보통은 ‘6초컷’이다.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는 높이 15m에 95도로 기울어진 암벽을 최대한 빨리 오르는 종목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서 경쟁해 스피드 대결을 한다. 암벽 꼭대기에 설치된 터치 패드를 먼저 찍는 사람이 승리한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는 스피드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볼더,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것을 놓고 겨루는 리드를 합산해 점수를 냈지만, 파리올림픽에서는 스피드를 분리해 신설했다. 한국에서는 서채연과 이도현이 볼더·리드에 출전했고, 신은철(25·더쉴·노스페이스)이 6일 르부르제 클라이밍 사이트에서 열린 스피드 시드전, 예선에 참가했다.

시드전, 예선에 나선 선수들의 기록은 평균 5초 정도였다. 샘 왓슨(미국)이 4.75초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가운데 신은철은 시드전 1차에서 6.52초, 2차에서 5.25초를 기록했다. 예선에서는 중간에 미끄러지며 7.24초에 머물렀다. 결국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신은철의 올림픽은 단 19.01초 만에 마무리됐다. 그가 찍은 세 번의 기록을 합산한 시간이다. 잘했지만, 기록이나 순위로 보면 100% 만족할 수 없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신은철은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많은 경험을 했다. 많이 즐겼다. 아쉽긴 하다. 대회 전 비공식이긴 해도 4초대를 찍어 기대를 많이 했다. 여기가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나아갈 길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대회를 마침 소감을 이야기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메달까지는 아니더라도 8강에 진출했다면 한 번이라도 더 등반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은철은 “이 5초의 등반 시간을 위해 우리는 워밍업을 2시간이나 해야 한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4년을 준비해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나는 이 짧은 시간을 위해 앞으로 또 4년을 준비할 예정”이라며 2028 LA올림픽에도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포츠 클라이밍, 특히 스피드 부문은 한국에서 제대로 훈련하기 어렵다. 15m 높은 암벽은 물론이고 국제 기준에 맞는 홀드와 로프를 갖추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신은철은 “국내에는 아직 국제 대회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는 암벽장이 없다. 진천선수촌 암벽장도 정확한 규정에 맞지는 않는다”라면서 “아직 교본이라고 할 것도 없다. 사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와 트레이너가 함께 스피드 클라이밍 스피드의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지원도 더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중학생이었던 14세에 클라이밍을 시작한 신은철은 스피드 분야의 ‘선구자’나 다름없다. 험난한 시간이었다. 무릎, 허리를 다치는 부상을 안고 파리에 왔다. 그는 “부상이 많지만 수술이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이제 아픈 부분 치료를 받고 재활을 제대로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라는 각오를 꺼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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