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국내 재계 총수들이 약 2주간의 2024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직접 올림픽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지원하고,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는 등 성공적으로 ‘셀프 마케팅’을 마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구기종목 출전이 좌절되면서 이번 올림픽 인기는 시들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양궁, 사격, 배드민턴 등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전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도 올림픽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리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약 1만7000대의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전달하고, IOC와 협력해 올림픽 최초로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목받았다.

삼성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후원사 TOP(The Olympic Partner) 15개 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1997년 IOC와 TOP 계약을 맺고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7일 귀국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갤럭시 Z 플립6 셀피를 찍는 마케팅도 잘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출장 기간 비즈니스 회동에 대해서는 “많은 분과 (회동)했고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실적으로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남편인 매제 김재열 IOC 위원 등과 함께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을 지켜봤다.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오상욱을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 주최한 ‘파리 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 참석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기원했다.

이 회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초청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도 참석, 각국 경제계 인사들과 글로벌 경제 전망, 미래 기술 트렌드, 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당시 오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닐 모한 유튜브 CEO,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 40여명이 참석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피터 베닝크 전 ASML CEO 등 반도체·IT·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인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중요 비즈니스 현안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약 10일간의 파리 출장을 마친 후 7일 “아무래도 이번 올림픽은 양궁이 잘돼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한국 양궁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년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올림픽 개회 전부터 파리를 찾는 등 양궁 대표팀을 격려했으며, 모든 양궁 경기를 현장에서 직관했다. 또한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하자 직접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양궁협회 회장사로서 1985년부터 40년간 양궁을 후원해왔다. 국내 단일 스포츠 종목 후원으로는 최장기간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을 위해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비전 인식, 3D(3차원) 프린팅 등의 최첨단 기술 기법을 훈련에 도입해 전폭 지원했으며 한국 양궁은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이번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 5개 싹쓸이’에 성공해 대한민국이 양궁 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뿐만 아닌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는 SK텔레콤은 한 해 1∼2개의 국제그랑프리대회를 직접 개최해 선수들이 세계 수준의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돕고 있다. 누적 지원 금액만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기도 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이 펜싱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 회장은 2018년 3월부터 6년 넘게 펜싱협회를 이끌어왔다.

이번 파리 올림픽 현장에도 최신원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파리로 날아가 경기장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현지 지원캠프를 운영하고, 한식 도시락 등도 제공했다.

이 같은 지원에 한국 펜싱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금메달을 합작하며 오상욱의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인 최태원 SK회장도 한국 핸드볼에 물심양면 힘쓰고 있다. 최 회장은 일정상 파리 올림픽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앞서 5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워커힐 호텔로 초청해 만찬을 대접하고 선수단을 격려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계 전문가는 “총수가 직접 발로 뛰는 것만큼 효과적인 마케팅이 있겠나”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을 석권하면서 기업의 지원도 빛을 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gyuri@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