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트로트 가수로서 이름을 알린 김희재. 이젠 뮤지컬 무대에 올라 대극장 배우로 성장했다.

김희재는 지난 6월28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 주인공 ‘아리마 코세이’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코세이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갇혀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켜는 미야조노 카오리를 만나 다시 음악의 세계로 빠져든다.

최근 가수가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는 사례가 늘었다. 하지만 가요가 아닌 트로트 가수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어쩌면 김희재가 그 장벽을 깨고 새로운 길을 닦은 셈이다.

김희재가 뮤지컬 배우가 된 건 하늘의 뜻 아니었을까. 시간이 조금 늦었을 뿐이지, 그가 걷고 있던 삶 속에 이미 뮤지컬은 존재했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던 김희재는 한국예술고와 명지전문대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했다. 당시 그의 은사들의 주전공이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장르를 접했다.

김희재의 운명을 바꾼 건 2020년 TV조선 ‘사랑의 콜센터’ 뮤지컬 특집편에서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를 부른 순간이었다. 본인을 시험하는 무대였지만, 학창 시절부터 무기처럼 장착하고 있던 곡이었기에 자신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들은 EMK뮤지컬 컴퍼니가 러브콜을 보냈다. EMK는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등을 제작한 대한민국 뮤지컬 최대 제작사로, 앙상블 오디션만 봐도 5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이러한 대형 제작사에서 김희재의 스타성을 알아보고 먼저 오디션을 제안한 것이다.

김희재는 “워낙 오디션 인생이지만, 트로트 가수였기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디션을 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엔 정말 좋은 기회였다”라며 “평소 (뮤지컬에) 관심 있기도 했지만, 팬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힘 나서 도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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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와 트로트만 비교해도 발성이 다른데, 트로트와 뮤지컬 창법은 천지 차이다. 하지만 학창 시절 꾸준히 뮤지컬을 접했던 김희재에게 있어 낯선 장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발성을 다듬어야 하는 건 분명했다.

김희재는 “뮤지컬에 도전하면서 발성적으로 엄청난 변화보단 학습된 걸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 계속 레슨 받고 트레이닝 하면서 도움 받았다”라고 연습 과정을 설명했다.

그가 연기해야 하는 건 19세 고등학생. 김희재는 “코세이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카오리의 음악과 화해하면서 감동을 줘야 한다”라며 “스킬과 보컬 등 다양한 것을 보여주자기 보단 깨끗한 감정만 전달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연기한다. 뮤지컬 배우는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표현한다. 첫 도전이었기에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

그는 “뭔가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다. 장인정신처럼 하나의 내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매회 최선을 다한다”라며 “매회 영상을 찍어 모니터링 하며 연구한다”라고 전했다.

김희재의 목표는 신인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는 “‘모차르트’와 ‘4월은 너의 거짓말’ 두 작품을 했으니 신인상을 받고 싶다”라며 “내가 열심히 잘해야 하는 것이다. ‘김희재가 하는 뮤지컬을 보고 싶다’라고 해야 기회가 주어진다.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직 ‘삐약이’ 뮤지컬 배우라는 김희재. 그는 무대 위에서만큼은 정해진 틀을 깨고 자유인이 되려고 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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