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어릴 적부터 토네이도에 관심이 많았던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 분)는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았다. 토네이도 중심부에 화약 약품을 넣으면 소멸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비롯해 친구들과 함께 토네이도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약품을 넣었음에도 토네이도는 더 거세졌다.

결국 멀리서 토네이도를 관측한 하비(앤서니 라모스 분)와 자신만 살아남고 모두 죽었다. 케이트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수년이 지나 뉴욕에 살고 있는 케이트에게 친구 하비가 찾아왔다. 토네이도를 소멸할 더 강력한 기술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토네이도가 자주 출몰하는 오클라호마 주에서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 분)와 만났다. 매사 타일러와 부딪히던 중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대한 토네이도가 휘몰아칠 것을 감지한다.

14일 개봉하는 ‘트위스터스’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고, ‘미나리’(2021)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를 가장 완성도 있게 만든다는 거장 스필버그와 인간의 내밀한 감성을 짚어낸 정이삭 감독의 합작품이다. 토네이도를 소재로 한 재난 사이에서 인물의 상처와 치유를 통해 성장을 정확히 묘사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바쁘다. 몰아치는 토네이도를 소멸하기 위해 달려드는 대학생을 지나 ‘스톰 체이징’을 원하는 다수의 사람이 모인 오클라호마에서 토네이도와 맞부딪히는 대목, 케이트와 타일러의 공생, 거대 토네이도를 맞닥뜨린 인물 등 쉬지 않고 달린다. 필요 없는 장면은 단 한 순간도 없다. 쉼 없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만큼 토네이도는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엄청난 강풍 속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제처럼 표현됐다. 건물이 뜯겨나가고, 차가 솟구쳤다가 떨어지고 동물들이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등 토네이도가 발발했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특히 후반부에 생성된 거대 토네이도는 눈을 완벽히 사로잡는다. 두 개의 토네이도인 트위스터스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상상 이상의 거대함을 가진 토네이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폐허가 주는 씁쓸함도 잔상이 깊다.

재난 장르의 경우 너무 보여주기에만 몰두해 이야기에 소홀하기도 한데, ‘트위스터스’는 인물의 색감을 정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대목도 분명히 그려냈다.

특히 초반에는 다소 나약했다가 후반부 강인해진 케이트가 보여주는 용기가 돋보인다. 자연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이겨내고 토네이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몸을 던진 희생이 강렬하게 와닿는다. 그 과정에서 시종일관 투덜대고 부딪혔던 타일러와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위기를 이겨내는 대목 역시 감동을 선사한다.

미모의 여배우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다양한 텐션을 선보인다. 대학생 때는 모든 것이 해맑고 긍정적인 청량함을 드러냈고, 죄책감을 안은 직장인일 때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얼굴을 그려냈다. 후반부엔 차분한 내면 안에서 토네이도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정의로운 면모가 엿보였다. 강인하고 강직한 모습이 그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글렌 파월은 오묘하다. 자연과 맞서 싸우는 걸 즐기고 그 안에서 얻어지는 조회수로 풍족한 인생을 사는 한량으로만 보인다. 자유롭고 개방적이지만, 인류애가 잔뜩 담겨 있다. 유튜브로 얻은 수익을 토네이도 피해자들의 후원금이 되고, 어떻게든 사람들이 조금은 더 살아갈 수 있도록 온 몸을 바친다. 반전의 두 얼굴이 관능적이기도 하다.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서사와 스펙터클한 볼 거리가 정확히 맞물린 작품이다. 예스러운 구석이 조금도 없다. 마치 폭풍 속에서 서 있다 온 것 같은 영화적 체험 덕분에 시원함을 물씬 느낀다. 재난 영화의 교과서라 불려도 손색없을 작품이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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