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야구장에서만 야구 유니폼을 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야구 유니폼이 보인다. 야구 경기 전후는 물론, 야구가 없는 월요일에도 모자와 유니폼, 혹은 구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목격하는 게 일상이 됐다.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하는 KBO리그의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기자가 야구팬으로 매일 야구장을 찾았던 시절에는 그랬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니폼을 사는 야구팬이 많지 않았다. 유니폼이 야구팬의 필수 굿즈가 된 것은 21세기 첫 야구 르네상스였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다. 이때부터 유니폼이 대중화됐다. 직관에 앞서 응원팀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입장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하지만 패션의 일환으로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다. 기자 또한 야구팬 시절 유니폼을 늘 가방에 넣어뒀다. 가방에 들어간 유니폼을 꺼내서 입는 시간은 오직 야구 직관뿐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유니폼은 다시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이 달라진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주 수요일(14일) 지하철에서, 토요일(17일)에는 잠실구장에서 응원팀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에게 직접 질문을 건넸다.

KIA 유니폼을 입은 A씨는 다섯 번째로 구매한 유니폼이라며 “이건 정말 정말 힘들게 구했다. 리셀가가 엄청 높은데 꾹 참고 클릭 전쟁에서 승리해서 샀다”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김도영 유니폼을 소개했다.

평소에도 유니폼을 입는지 묻자 “야구장에 가는 날은 하루 종일 입는다.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들어갈 때까지 계속 입고 있다”며 “어떻게 산 유니폼인데 가방에 넣나. 선수는 야구 할 때만 입지만 나는 하루 종일 입는다. 선수보다 오래 입는다”고 웃었다.

LG 유니폼을 입은 B씨는 신상 ‘서울의 밤’ 유니폼을 자랑했다. 자신도 모르게 유니폼 컬렉터가 됐다는 그는 “이제는 유니폼을 몇 개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나올 때마다 수집하듯 사다 보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며 “올해 특히 많이 사는 것 같다. 올해 산 유니폼에는 지난해 통합우승 패치가 들어간다. 우승을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서 더 많이 사게 된다”고 말했다.

구단이 유니폼을 제작하기에 앞서 유니폼을 직접 만드는 팬도 있다. C씨는 지난 5월 LG 외야수 최원영이 육성 선수에서 등록 선수로 신분이 바뀌고 1군에 올라오자 직접 유니폼을 만들었다. 기존 선수 이름과 번호를 조합해 최초로 38번 최원영 유니폼을 만들어 입었다. 신예 선수의 경우 유니폼이 상품화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에 한발 빠르게 최원영 유니폼을 제작했다.

어느덧 유니폼이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이 됐다. 단순히 어느 구단, 어느 선수 팬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팬심’을 뽐내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럴 만하다. A씨가 자랑한 유니폼은 리셀가가 40만원이 넘었다. 늘 다 팔려서 못 구하는 KIA 유니폼인데 이 유니폼은 특히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최근 KIA 외에 삼성 유니폼 또한 리셀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유니폼의 가치가 팀 성적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비로소 산업화 청신호를 밝혔다. 유니폼을 비롯한 구단 굿즈 판매가 구단 전체 매출에 점점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스폰서십 계약도 뜨겁다. 일찍이 지난해보다 유니폼이 3배 이상 팔린 KIA의 경우 스폰서십 연장 옵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KIA는 2023년 아이앱 스튜디오와 2+1년 계약을 체결했다. ‘+1년’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우리와 아이앱 스튜디오 서로 윈·윈 구조가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올해 유니폼은 물론 구단 로고가 들어간 일상용 티셔츠도 많이 팔린다. 젊은 팬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와 협업한 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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