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게임 캐릭터로만 봤던 선수의 대기록을 재현했다. KT 마무리 박영현(21)이 20년 만에 10승·20세이브를 달성했다. 2004년 현대 조용준 이후 KBO리그 11번째 기록을 세웠다.

박영현은 28일 잠실 LG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오스틴 딘에 맞서 마운드에 올라 오스틴을 1루 파울 플라이로 잡았다. 그리고 9회말 삼자 범퇴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KT는 10회초 장성우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강백호의 밀어내기 볼넷, 오재일의 희생플라이, 배정대의 내야 안타로 4점을 뽑아 8-4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로 박영현은 11승 21세이브를 기록했다.

압도적이었다. 리그 타점왕인 오스틴을 상대로 속구만 구사했다. 경기 후 박영현은 그 순간을 두고 “무조건 정면 승부를 생각했다. 이 상황을 막아야 팀이 이긴다고 봤다”며 “2스트라이크를 잡은 후에도 변화구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스틴 선수의 타이밍이 늦은 것을 보고 이겼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더 적극적으로 던졌다”고 돌아봤다.

9회말 박동원과 승부도 뚜렷하게 기억했다. 그는 “솔직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박동원 선배님께 홈런 맞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었다. 속구만 던지면서 이기겠다는 마음이 컸다. 3루쪽으로 파울이 나왔으나 타이밍이 맞지는 않았다고 봤다. 계속 속구로 잡으려 했다”고 박동원을 좌익수 플라이 범타 처리한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박영현은 잠실 LG전 아픔이 이날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올시즌 초반 끝내기 만루 홈런 등을 되새긴 박영현은 “사실 여기는 아픈 기억, 안 좋은 기억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도 즐겨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지난 아픔과 각오를 다시 새기고 등판했다. 마무리 투수니까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맞으면 맞는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던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승·20세이브 기록에 대해서는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박영현은 “10회초에 선배님들이 기록에 대해 말씀해주셨다”면서 “조용준 선배님을 알고 있다. 던지는 것은 직접 본 적이 없는데 게임 캐릭터로 알고 있다. 레전드 선수, 현대 왕조 마무리를 하신 것으로 안다. 대단하신 투수 선배님의 기록을 세워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나는 세이브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오늘처럼 중요한 상황에서 막고 승리하는 것도 짜릿하고 의미가 있다. 10승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팀이 승리했으니까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긴 가을이 기다리는 박영현이다. 올해도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 마운드에 오를 확률이 높다. KT가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고 박영현이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할 경우 그렇다.

박영현은 “지난해에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기쁜 경험도 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아픈 경험도 했다”며 “이번 가을에도 많은 경기가 있을 수 있다. 안 다치고 건강한 게 최우선이니까 꾸준히 운동하면서 컨디션에 신경 많이 쓰겠다. KT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까지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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