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홍명보호의 ‘중동 시리즈’가 시작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다.

3차 예선은 사실상 중동 시리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오만,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 등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나라가 모두 중동 소속이다. 선수 구성을 비롯한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어떤 상대를 만나도 우세한 게 사실이지만, 변수가 많은 중동 국가와 싸우는 것은 분명 부담스럽고 까다롭다.

그 시작은 팔레스타인이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로 2차 예선에서는 I조 2위에 자리하며 3차 예선에 진출했다. 당시 호주, 레바논, 방글라데시와 한 조에 속했다. 사실상 레바논과의 경쟁에서 근소하게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특수 상황에 놓여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11개월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이란 등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에서만 4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의 고통 속 팔레스타인은 고군분투하며 2차 예선을 통과했다. 프로리그는 중단된 가운데 가까스로 팀을 꾸려 북중미월드컵 예선에 출전하고 있다. 스쿼드를 꾸리기 힘들어 9월 2연전에 출전하는 6명은 소속팀이 없다. 다만 지난해 11월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한 골 차로 패배할 만큼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적지 않은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다. 오마르 파라즈(AIK·스웨덴), 오다이 다바그(샤를루아·벨기에), 무스타파 제이단(로젠보리·노르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팔레스타인 수장 마크람 다봅(튀니지) 감독은 결전 하루 전인 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최고의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과 겨루게 됐다. 한국은 10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고, 우수한 선수가 많은 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예선에 올라온 것 자체가 큰 목표를 달성한 것이지만, 통과까지 한다면 국민에게 희망이 될 거다. 이번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으나 현재 모인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한국이 훨씬 앞선다. 여러 상황을 볼 때 홍명보호에는 낙승, 쾌승이 필요하다. 현재 홍 감독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는 사령탑 선임 과정 등 여러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정부, 문체부에서 나설 정도로 심각하다.

결국 월드컵 3차 예선을 잘 시작해야 부정적인 여론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만에 하나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경기력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홍 감독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더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우려를 극복하는 뛰어난 경기 내용이 나온다면 홍 감독도 분위기를 뒤집을 여지가 있다. 중동 시리즈 첫 경기가 중요한 이유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