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감독이 이기고 싶다고 욕심낸다고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더라.”

지난 5년 동안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채 마라톤 마지막 지점을 뛰었다. 자연스레 새 얼굴이 많이 보였고 한화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는 팬은 점점 줄었다. ‘또 안 됐네’와 ‘내년에는 다르겠지’라는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며 144경기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다르다. 6년 만에 치열하게 시즌 막바지를 보낸다. 포스트시즌 막차 탑승도 가능하다.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한다. 투수진과 야수진 모두 어느 팀과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선다.

그렇다고 급하지는 않다. 서두르기보다 착실히 과정을 밟는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강팀으로 올라서는 과정을 밟는 게 더 중요하다. 마운드 운용만 봐도 그렇다. 중간 투수 3일 연투가 없다. 주현상 한승혁 박상원 이민우 모두 3일 연속 마운드에 오른 적이 없다. 2년차 유망주 김서현도 그렇다.

이유는 뚜렷했다. 무리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순위 경쟁을 한다고 봤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7일 “2연투에서 끊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며 “감독이 이기고 싶고 욕심낸다고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정말 마지막 상황이 되면 고민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발진 운영 방향도 비슷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4일 휴식 후 등판도 계획할 수 있지만 이를 최대한 자제한다. 화요일과 일요일 선발 등판을 제외하고 4일만 쉬고 등판한 경우는 딱 두 차례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와 하이메 바리아가 지난 28일과 29일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 선발진 한자리가 빈 상태지만 이 자리를 무리해서 메우지 않는다.

후반기 다시 에이스로 올라선 문동주의 갑작스러운 이탈에도 무리하지 않는다. 8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 계획이었던 문동주는 어깨 피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이날 등판을 걸렀다.

김 감독은 문동주의 상태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오는 화요일 등판도 그렇다”면서 “오늘 대신 등판하는 조동욱을 보겠다.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고생했으니까 오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씩씩하게 상대 1번부터 9번까지 상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동욱은 2024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 로테이션을 돈 만큼 한화는 조동욱을 선발 자원으로 분류해 육성하고 있다.

마냥 가을 야구만 쫓는다면 중간 투수 3일 연투도, 선발 4일 휴식 후 등판도 남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보다 밝은 미래를 머릿속에 넣었다. 한 해 가을야구 경험하고 끝나는 게 아닌, 늘 가을야구를 하는 팀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지금의 치열한 순위 싸움이 앞으로 한화 야구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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