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베테랑2’는 질문을 던진다. 경찰 박선우(정해인 분)가 사회에 혼란을 몰고 온다. 영화는 선우에 대한 서사를 생략했다. 대신 폭력적인 인물 묘사에 집중했다. 박선우의 해악은 정해인의 얼굴로 구현됐다. “이제 웃는 것도 무섭던데요?”라고 물었다. “웃을 때도 조심할게요”라는 배려심 가득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해인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베테랑2’ 인터뷰에서 “선우는 소시오패스와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보인다. 결과와 목적을 얻기 위해 물불 안 가린다”며 “자신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즐기고 쾌감을 느끼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시사회 이후 선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정해인은 “액션이 힘들었을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캐릭터 잡기가 더 힘들었다”며 “전사(前事)도 사연도 없다. 류승완 감독님께 질문했지만, ‘연기하기 복잡해진다. 상황에만 집중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정의로운 심판자’를 자처한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선한 이도 해치기 때문이다. 정해인은 “퀘스천 마크가 뜨는 게 감독님이 원했던 포인트였다”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선우에 관해 얘기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정의로 포장한 쾌락을 좇는 인물이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을 땐, 안구에서 살기를 내뿜었다. 얼굴을 드러냈을 땐 ‘씩’하고 웃는 미소로 광기를 표현했다. 시사회 후 ‘정해인의 동공연기’라는 키워드가 올라왔다.
“명확한 순간에 필요한 눈빛이 있었어요. 연습을 통해서 나온 거 같아요. 얼굴 근육이 어떻게 쓰이는지 거울로 관찰하면서 연구했거든요. 프로파일러 면담 영상도 찾아봤어요. 불쾌감을 주는 공통점이 시선이 상대방 눈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었어요. 심리학적으로 그게 공격성을 드러낸다고 하더라고요.”
그토록 잘 구사했던 표정은 정작 축제에선 연기가 되지 않았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 정해인은 “레드카펫에서 태연한 척하려 했는데 표정이 도저히 제어가 안 됐다”며 “긴장 안 하는 척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바들바들 떨렸다. 해외 영화제에 가니 국가대표 같았다. 운동선수들은 오죽할까 싶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대신 어머니의 웃음을 얻었다. 함께 모시고 칸에 갔다. 아들의 쾌거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머니가 내 평생에 이런 선물 줘서 고맙다면서 평생 간직하겠다고 눈물을 보이셨어요.”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