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베테랑2’를 본 이들이 하나같이 꼽은 게 있다. 바로 정해인 얼굴에 대한 상찬(賞讚)이다. 잘생겼다는 게 아니다. 전작엔 없던 살기(殺氣) 때문이다.
‘약쟁이 소굴’에 간 장면이 그랬다.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는 마약에 취한 이들이 널브러져 있는 음습한 곳을 아늑한 얼굴로 들어갔다. 민강훈(안보현 분)을 보자 대뜸 “안녕”하며 미소를 지었다. 먹잇감을 찾은 맹수 눈빛이 찰나에 빛났다. 대본엔 없던 대사와 지문이었다.
정해인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저도 그 장면에서 왜 안녕이라 했는지 모르겠다. 애드리브였다”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해 주셨다”고 전했다.
해맑은 인사 뒤 주변에 널브러진 주사기 하나를 허벅지에 꽂았다. 정당방위 폭행을 할 수 있었다. 동시에 강훈을 주범으로 몰 수 있었다. “민강훈, 여기 있습니다”는 대사 대신 “해치, 찾았습니다”는 대본과 다른 대사가 절로 나왔다. 현장에선 박수가 나왔다. 정해인은 “캐릭터의 몰입하다 보니 나온 거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런 선우에 대한 설명이 없단 게 ‘베테랑2’가 지닌 과제였다. 온전히 연기로 돌파해야 했다. 안전 가옥 화장실 손을 씻을 때 비누 겉만 이상하리만치 문지르는 기괴함, 광수대팀 첫 회식을 한 식당에서 티슈로 숟가락을 거세게 닦는 장면에서 불쾌감이 객석으로 날아들었다.
액션신에서 ‘사이코패스’적인 서늘함이 명징하게 났다. 파쿠르에 능숙한 ‘가짜 해치’를 쫓았다. 계단 많기로 유명한 남산에서 굴렀다. 타격감이 스크린 너머로 전달됐다. 관절이 으깨지도록 상대방을 가격했다. 서도철(황정민 분)이 ‘쟤, 이상한데’라고 충분히 느낄 만큼이었다.
정해인은 “연기에 진심으로 몰입한 것도 좋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며 “액션에 대가인 감독님이 안 되는 걸 요구하지 않고, 해보겠다는 건 말렸다. ‘액션을 하지 말고, 연기를 하라’고 늘 주문했다”고 말했다.
물론, 액션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못했다. 카메라가 달리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제가 너무 빨랐죠. 20㎏ 카메라를 메고 따라오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는 촬영이 아니라 진짜 액션에만 신경을 썼어요. 가짜 해치를 잡기 위해 더 뛴 거 같아요. 프리런 하시는 분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빨랐어요. 오기가 생겨서 따라갔어요.”
정해인이 달리는 속도만큼이나 영화 흥행도 빠르다. ‘베테랑2’는 개봉 6일 만인 18일 누적 관객 수 400만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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