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우승한 게 꿈인지 생신지…평소 미신 믿지 않는데 좋은 일이 계속 생겨.”

‘헐크’ 강동궁(44·SK렌터카)는 프로당구 PBA 통산 4승째를 달성한 뒤 웃으며 말했다. 그는 18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무랏 나시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3-15 15-13 6-15 15-8 15-14 13-15 11-0)으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지난 6월 열린 올 시즌 개막 투어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86일 만에 통산 네 번째이자 시즌 두 번째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승 상금 1억을 추가하면서 누적 상금 5억(5억 9400만 원)도 돌파했다.

프로 데뷔 이후 올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다. 네 차례 투어에서 세 번 결승전에 올랐다. 그중 두 번 우승을 차지했다. 한 시즌 ‘멀티 우승’은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조재호(NH농협카드)에 이어 통산 세 번째다.

반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 초클루는 통산 2회 우승에 도전했지만, 강동궁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6강전에서 애버리지 3.462를 기록,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 원)’까지 수상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강동궁과 초클루는 6세트까지 지속해서 세트를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힘겨루기했다. 강동궁은 5세트에 3-14로 뒤지다가 15-14(13이닝)로 점수를 뒤집으면서 우승까지 한 세트를 남겨뒀다. 그러나 초클루가 6세트를 7이닝 만에 15-13으로 끝내면서 파이널 세트에서 우승을 가리게 됐다.

그런데 파이널 세트에서는 우승의 기운이 강동궁에서 쏠린 듯했다. 초클루는 긴장한 듯 초반 5이닝 공타에 머물렀다. 반면 강동궁은 1이닝 3점, 3이닝 1점을 기록했고 4이닝에 5점을 뽑아내면서 9-0으로 달아났다. 결국 5이닝에 남은 2점을 얻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강동궁은 “그동안 우승한 뒤 대회에서 잘 풀리지 않은 기억이 많다. 올 시즌은 다르다. 하늘에서 나를 도와주는 것 같다. 질 것 같은데 이기는 경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김재근과 8강전도 그랬다. 강동궁은 “김재근과 경기에서 4세트에 크게 앞서다 역전당했다. 5세트는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행운의 샷(1이닝 두 번째 뱅크샷)이 나왔다. 뱅크샷 4개를 연달아 성공했다”고 돌아봤다.

강동궁은 우승한 뒤 헐크 장갑 세리머니를 뽐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인이 다음 우승 때 헐크 장갑을 손에 끼라더라. 해외 주문까지 했다. 본래 옷을 찢고 헐크 복장으로 세리머니 하려고 했는데 준비하지 못했다. 그간 명절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차에 헐크 복장을 미리 준비하겠다”고 웃었다.

또 “(운영 중인) 당구연구소를 차린 뒤 후배에게 레슨하고, 함께 당구를 연구한다. 어릴 때 배운 공이 기억나더라. 당구를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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