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아프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 가야지!”
빈말이 아니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 상위권에 오른 한국 의료기관은 대부분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이다.
19일 뉴스위크의 ‘2025 월드 베스트 전문병원’ 평과 결과, 암(종양학) 분야에서 한국 의료기관 중 삼성서울병원(3위)과 서울아산병원(5위), 서울대병원(8위), 세브란스병원(23위), 서울성모병원(37위), 국립암센터(40위), 분당서울대병원(57위) 등 7곳이 100위권에 들었다.
300위까지의 명단에서는 전남대 화순병원(116위), 강남 세브란스(161위), 원자력병원(162위), 고대구로병원(170위), 아주대병원(190위), 고대안암병원(202위), 여의도성모병원(227위), 강북삼성병원(251위), 인하대병원(256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300위 안에 든 16개의 한국 병원 중 지방에 위치한 곳은 전남대 화순병원이 유일했다.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전문 의료기관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의 암 환자들은 시간·돈·체력 등을 투자해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료기관의 진료역량 차이를 줄이고 우수한 의료진의 유입과 정착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정 진료가 만연한 한국의 의료 상황과 달리, 일본의 순위권 병원들은 일본 적역에 분포됐다. 특히 26곳 중 절반은 각 지역에 고루 위치해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의료기관 중 300위 안에 든 지방 소재 병원은 교토대병원(76위), 홋카이도대병원(77위), 시즈오카 암센터(112위), 도호쿠대병원(117위), 오사카대병원(128위), 나고야대병원(129위), 규슈암센터(132위), 규슈대병원(144위), 오카야마대병원(155위), 오사카국제암센터(228위), 오사카공립대부속병원(234위), 아이치의대병원(268위), 교토부립의대부속병원(295위) 등이 있다.
뉴스위크는 독일 글로벌 마케팅 전문 조사업체인 스타티스타와 함께 12개 임상 분야에 대해 수만 명 의료진에 의한 추천, 인증 데이터, 환자 치료 결과 등을 반영해 평가했다.
평가 대상 분야별로 한국 의료기관은 심장 수술(150위까지 집계) 4곳, 심장(300위) 8곳, 소화기(150위) 9곳, 신경(!25곳) 8곳, 신경외과(125곳) 5곳, 산부인과(100곳) 3곳, 정형외과(150위) 9곳, 호흡기내과(150위) 9곳, 비뇨기과(125곳) 10곳이 순위에 올랐다. 모두 수도권 소재 병원이다.
그나마 내분비 분야와 소아 분야의 경우 지방 소재 의료기관이 일부 포함됐다. 150위까지 발표된 내분비 분야는 한국 의료기관 21곳이 순위에 들었다. 이중 충북대병원(61위), 충남대병원(87위), 부산대병원(88위), 전남대병원(91위), 경북대병원(108위) 등 5곳이 지방 병원이다.
소아 분야는 250위 내 한국 의료기관 25곳 중 계명대병원(133위), 부산대병원(136위), 충남대병원(148위), 경북대병원(164위), 충북대병원(166위), 충남대병원(195위), 건양대병원(230위) 등 7곳이 지방 소재 병원이다.
일본 지자체는 일종의 공공의대인 자치의대를 운영하고 있다. 학자금 지원 대신 지역 복무 의무를 부여하는 ‘지역 정원’ 제도를 함께 관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역 거점 국립대의 의대 교수를 3년간 1000명 증원하고 실험·실습 첨단 기자재 지원 ▲국립대 병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지역 필수 의료 거점으로 육성하는 지역의료 육성 방안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의사들의 지방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지자체가 선정한 의료기관에서 장기 근무하는 조건으로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 등을 지원하는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7월 공공보건의료대학·대학원을 설립해 학생들이 졸업 후 의료취약지의 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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