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시설관리공단의 소홀한 행정으로 축구 팬과 가수 팬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대표 축구전용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둔 다툼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관리 부실의 책임은 가려지고 팬들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수년째 지적받고 있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하는 K리그와 FC서울도 자주 잔디 상태에 대한 불만을 언급해왔다.

지난 5일에는 손흥민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잔디 때문에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늘처럼 컨트롤하는 데 있어서 어렵고 드리블하는 데도 어려운 상황들이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전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곳곳이 파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손흥민의 불만이 애꿎은 연예계로 튀었다. 이곳에서 공연을 앞둔 아이유가 대상이다. 축구 팬과 아이유 팬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특히 10만석 전석이 판매 완료된 아이유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길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유 팬들은 외부 행사 대관업을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잔디 관리 등 시설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유 팬들은 “이번 아이유 콘서트에서 서울시설공단이 이틀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12억 26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한해만 받는 콘서트 수수료가 36억에 달하는데 잔디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경기장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은 2021년 잔디 식재층 모래를 전면 교체, 배수 성능을 끌어올렸고 10억원을 들여 천연 잔디와 인조 잔디를 섞는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았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열린 ‘잼버리 콘서트’가 화근이 된 것. 당시 아무런 잔디 보호 조치 없이 운동장 위에 무대를 설치하면서 훼손이 심각해졌다. 이후 각종 경기와 콘서트가 이어지면서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올여름 무더운 날씨와 폭우로 인해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아이유 팬들은 책임이 있는 서울시설공단이 매년 80억 원에서 100억 원의 흑자를 내면서도 예산 부족과 인력 부족 문제를 들며 잔디 관리의 책임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행사를 진행할 경우 문화예술행사는 대관료 외에 ‘주최측 관람료 수입의 8%’의 비용을 별도로 받고 있다.

최근 세븐틴, 임영웅에 이어 아이유까지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로 수억에서 수십억의 큰 수입을 얻은 서울시설공단의 감사를 통해 잔디 관리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 줄 것을 팬들은 요구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15일 축구대표팀은 이라크와의 월드컵 예선 경기가 예정된 가운데, 아이유 콘서트 직후 경기장 측은 잔디 복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