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리아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슈틸리케호’가 스피드와 빌드업,용병술이 사라진 ‘3무 축구’로 전락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지난 6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시리아와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본 축구인들은 “잘 싸우고도 상대의 시간 끌기와 밀집수비에 아쉽게 승리하지 못했다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지금 국가대표팀 문제는 경기 질이 너무 좋지 않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시간이 얼마 없다. 지난 2년간 잘 달려왔던 슈틸리케호는 중국전 진땀승과 시리아전 무승부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내달 만나는 카타르와 이란, 11월 격돌할 우즈베키스탄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의 격돌을 통해 반전을 일궈내야하는 숙제가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과 태극전사들 앞에 떨어졌다. 최종예선 1~2차전을 통해 드러난 슈틸리케호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뚝 떨어진 ‘팀 스피드’…“최종예선 얕봐선 안 돼”

시리아전을 지켜본 축구인들은 상대의 수비를 무너트릴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공격할 때 그리고 공·수 전환할 때 스피드가 떨어지다보니 상대가 미리 예측하고 진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회장은 “볼 받는 선수들이 좋은 시선을 갖추면서 받아야 하는데 등진 상황에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전력이 약한 상대의 압박이나 거친 수비를 뿌리칠 만큼 패스나 전체적인 볼의 연결 속도가 빠르질 않다”고 지적했다. 이천수 JTBC 해설위원도 “‘직선축구’를 한다고 했는데 우리에게 가장 좋은 찬스인 역습 진행 때 원하는 스피드가 나오질 않았다. 전방에 있는 공격수들이 너무 외로웠다”고 비판했다. 스피드 실종의 근본적 이유는 결국 선수들의 체력 부족과 코칭스태프의 컨디셔닝 실패로 귀결된다. 김태영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 “이번 대표팀에선 K리그 선수들이 4명에 불과했고 유럽파 등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꽤 많았는데 상당수가 피곤한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심리적 부담이 큰 최종예선에서 컨디션도 나쁘다보니 여러가지로 좋지 않은 플레이가 나왔다”고 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중국전이나 시리아전이나 70분(후반 25분)부터 우리 선수들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축구는 기술과 전술 체력 심리적 요인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은 체력 문제”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나 선수들이 아시아 최종예선을 얕본 나머지 간절하게 싸우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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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문전에서 헤딩 슛을 시도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뻥축구+횡패스 남발…“빌드업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취임 뒤부터 “볼 소유를 통한 대표팀 멤버간 유기적인 축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그러나 시리아전 플레이는 2년간 대표팀이 뭘 해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진했다. 상대가 일찌감치 전력 열세를 인정하고 내려선 탓에 볼점유율은 70% 가량을 확보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수비수들이 뒤에서 ‘뻥’ 지르는 패스들이 늘어났다. 이는 시리아 선수들이 원하는 시나리오였다. 이날 경기를 해설한 유상철 울산대 감독은 “수비수들이 바로 앞 미드필더들에게 볼을 줘야 차근차근 공격이 되는데 하프라인 뒤에 있는 선수들이 앞으로 길게 올려주는 정확도 떨어진 패스만 빈번했다”고 아쉬워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점유율 축구에선 수비수들부터 공격을 만들어나가는 이른바 빌드업(공격작업)이 꼭 필요하다. 지금 슈틸리케호 포백은 상대 공격수들이 압박했을 때 이를 헤치고 중원으로 찔러주는 연결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륭 KBS 해설위원도 “지금 대표팀엔 특별한 공격패턴이 없다. 실력 좋고 몸상태 좋은 선수들 몇몇이 가까운 곳에 모여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반전의 시작은 선수 선발 재검토”

전문가들은 결국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이나 용병술에 문제가 있음을 꼬집고는 이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10~11월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김태영 코치는 “10~11월엔 대표팀에 부를 수 있는 자원들을 폭넓게 펼쳐놓고 그들의 컨디션을 세밀하게 검토해 뽑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천수 위원도 “한창 시즌을 치르는 유럽파 몸 상태가 시간이 갈수록 나아진다고 볼 때 K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을 더 뽑아서 활용하면 좋다”고 했다. 점점 좁혀져가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활용폭에 큰 우려를 나타낸 셈이다. 김대길 위원은 “선수 선발부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 중동은 리그의 경기력 면에서 K리그보다 나을 게 없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그쪽 리그 선수들을 너무 쓰고 있다”며 K리그 현장을 수없이 다니면서도 정작 K리그 선수 발탁에 소극적인 슈틸리케 감독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밖에 실효 없는 후반 교체카드, 단조로운 전술, 무기력한 세트피스 등 경기 도중의 감독 용병술에 대한 우려의 의견들도 쏟아져 나왔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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