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
배드민턴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용대가 11일 충남 당진군 당진체육관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 남자일반부 단체전 8강 경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진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당진=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간판스타였던 유연성(30·수원시청)과 이용대(28·삼성전기)의 3년 동행은 이달 초 마무리된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로 끝이 났다. 충남 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97회 전국체육대회는 서로의 손을 놓은 뒤 나선 첫 번째 대회였다. 2016 리우 올림픽을 마친 후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용대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변화에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파트너를 잃은 유연성은 변화의 시기를 어떻게 헤쳐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충남 당진군의 당진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일반부 단체전 경기에 유연성은 경기대표로, 이용대는 부산대표로 각각 나서 8강전 경기를 펼쳤다. 팀원들과 조를 짠 두 선수가 직접 맞대결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이용대는 김기정과 짝을 이뤄 3경기 복식을 승리했고 유연성은 김영선과 호흡을 맞추며 4경기 복식을 따냈다. 파트너가 바뀌었어도 실력은 여전히 톱클래스였다. 5경기까지 이어진 4시간여의 승부 끝에 유연성이 속한 경기선발팀이 3-2로 승리해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용대는 “국가대표를 내려놨지만 여전히 운동선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체전 우승 타이틀을 갖고 싶었는데 경기도가 더 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배가 아쉽기보다는 경기력에 만족한 대회였다. “국가대표일 때는 항상 마음의 짐이 있었다. 너무 1등만 생각하고 경기를 하면서 더 힘이 들어갔고 부담감이 쌓여갔다. 이번 대회는 국가대표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늘 1위를 기대하는 주변의 시선, 순위에 매달리는 자기 자신으로 인해 그동안 꽤나 힘들었다.

이용대는 “어느 순간부터 무조건 금메달, 1등을 하니까 운동이 힘들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우승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에 지치는 때가 오더라”면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완벽해지기 위해 분석하고 노력해왔다. 개인적으로 잘해왔다고 믿는다. 은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는 은퇴 후의 삶을 그려보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채워가야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는 “늘 주는대로 먹고 정해진 곳에서 잤는데 이제는 쳇바퀴 인생에서 내려오게 돼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생활이 바뀔 것을 생각하니 설렌다”고 털어놨다.

유연성-이용대
유연성(왼쪽)과 이용대가 1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2016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남자복식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결승전 각오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이 복식조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였다. 성남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유연성은 “올림픽 이후 잠시 쉴 틈이 없이 계속 바빴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변화의 시기에 놓인 상황이지만 진지하고 깊이있게 고민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마친 후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했지만 일정은 녹록하지가 않았다. 전국체전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친 이용대와 달리 유연성은 아직도 참가해야하는 대회가 남아있다.

유연성은 “제게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파트너를 바꿔야 하는데 (이)용대의 자리를 어떻게 메워야하는지 고민이다. 이제 운동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라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유연성도 올림픽 이후 은퇴를 고려했던 만큼 이용대의 은퇴와 맞물려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연성은 “나나 용대 외에도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선수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 후배들이 성장해가면 배드민턴 전체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 둘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대표팀에 있는 동안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이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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