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9번홀 칩인 이글 성공 세레머니1
이상희가 9번홀에서 이글을 성공시킨 두 클럽을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제공 | KPGA

[성남 |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한국 프로골프 7년차 이상희(25·호반건설)는 우승 트로피를 많이 수집하지는 못하지만 큰 대회에 유난히 강해 ‘메이저 사냥꾼’으로 불린다. 2011년 NH농협오픈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 최연소 우승(19세 6개월 10일) 기록을 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듬해 KPGA 선수권대회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려 주목 받았다. 그러나 2013년 대회 2연패를 노린 KPGA선수권에서 연장 끝에 김형태에게 우승을 내준 이후 4년여를 징크스에 시달리며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메이저 대회에서 더욱 빛을 발했던 그가 다시 한번 ‘메이저 사냥꾼’의 위용을 뽐냈다.

이상희가 시즌 첫 메이저급 대회인 제36회 GS 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희는 7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골프장(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화려한 이글쇼를 펼치며 3언더파 68타를 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올랐다. 투어 통산 4승째이고, 그 가운데 3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은 이상희는 단숨에 한국프로골프투어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서며 올시즌 메이저급 태풍을 몰고올 기세다.

이상희 9번홀 칩인 이글 성공 갤러리에게 인사
이상희가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상희는 4라운드에서 선두인 콩왓마이 파차라(태국)에 3타 뒤진 3위로 출발했지만 전반에만 2개의 이글을 터트리며 단숨에 순위를 뒤집었다. 2번홀(파4)버디, 3번홀(파3) 보기로 몸을 푼 이상희는 4번홀(파5)에서 첫번째 이글에 성공하며 추격의 불씨를 댕겼다. 535야드의 긴 홀에서 두 번의 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이글 퍼트를 넣으며 단숨에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보기 2개와 버디 1개로 숨을 고른 그는 9번홀(파5)에서 칩샷 이글을 명중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두번째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뒤 30m를 남기고 웨지로 뛰워 친 세번째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1타차 선두로 나선 이상희는 10번홀(파4)에서 박상현이 더블보기, 콩왓마이가 보기를 적어낸 덕에 2타차로 달아난 뒤 15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했지만 우승에는 영향이 없었다.

우승 후 이상희는 “9번홀 이글 후 우승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라운드에서 이글을 2개 해본 것은 처음이다”면서 “몇년째 소세포 암으로 투병중인 아버님께 어버이날 선물로 우승컵을 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 강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 대회에 중점을 맞추고 준비하다보니 결과가 좋았다. 다음에 겨냥하는 대회는 6월에 있을 한국오픈이다. 올해는 메이저 2승 하는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또 4년째 뛰고 있는 일본 투어에서 대해서 “우승없이 준우승만 4차례를 했다. 올해는 첫승과 함께 메이저대회 우승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 이 대회 우승자 문경준은 버디 4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3타를 줄인 끝에 1타차 준우승(6언더파 278타)을 차지했다. 박상현은 2타를 잃어 공동 3위(4언더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태국의 골프 신동 콩왓마이는 5오버파 76타를 치는 부진 끝에 공동6위(3언더파 281타)로 내려 앉았다. 아마 장타자인 국가대표 거포 장승보(한체대)는 3타를 줄이는 활약으로 콩왓마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ink@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