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
에릭 테임즈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개막 첫 달 신데렐라맨으로 부상했던 에릭 테임즈(31·밀워키)가 깊은 부진에 빠졌다. 지난 10일 보스턴과 홈경기 이후 14경기 동안 홈런이 실종됐고 타율도 0.122에 그치고 있다. 한국무대를 거치며 향상된 선구안으로 꾸준히 출루는 하지만 호쾌한 장타가 보이지 않는다. ‘테임즈 공략법’이 만천하에 드러난 결과다.

테임즈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의 ‘핫이슈’였다. 지난겨울 밀워키와 3년 1600만 달러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5년 만에 빅리그 무대로 돌아온 테임즈는 4월 한 달 동안 24경기에 나서 타율 0.345에 11홈런, 1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76을 기록했다. 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스 하퍼 같은 메이저리그 초특급 타자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고 4월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 뉴스데이, ESPN 등 현지 주요 언론은 일제히 테임즈가 한국에서 보낸 지난 3년을 집중조명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이 보였던 테임즈의 질주는 5월 들어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테임즈 특유의 어퍼스윙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상대팀들이 찾아내면서 테임즈가 고전하기 시작했다. 투수들은 테임즈의 스윙궤적에 걸리지 않는 곳에 로케이션을 집중한다. 기본적으로 바깥쪽 변화구 위주로 던지다가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한 두 개씩 넣는다. 이러한 테임즈 공략법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ESPN 핫 존에 따르면 테임즈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아래 공 타율 0.250, 스트라이크존에서 바깥쪽으로 벗어난 공 타율이 0.200 이하다. 스트라이존 몸쪽 상단에 위치한 공 타율은 0.167에 불과하다.

사실 테임즈가 KBO리그에서 뛸 때에도 많은 팀들이 비슷한 볼배합을 들고 나왔다. 볼넷을 각오하며 바깥쪽 공과 몸쪽 하이볼로 테임즈를 흔들었다. 그러자 테임즈는 바깥쪽 공은 참고 몸쪽 하이볼은 힘으로 이겨내며 안타를 만들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경우 몸쪽 하이볼의 구속이 KBO리그보다 평균 5, 6㎞ 더 빠르다. 기본적인 무브먼트 또한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뛴 이대호는 “똑바로 오는 공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구속도 빠르지만 대부분의 공이 움직인다. 히팅포인트를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대로 테임즈가 추락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일단 부진 속에서도 선구안은 유지되고 있다. 팬그래프닷컴(fangraphs.com)에 따르면 테임즈는 올시즌 스트라이크존 바깥에 형성된 공에 스윙한 확률이 20.2%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리그에서 카메론 메이빈(17.9%), 조이 보토(19.0%), 추신수(19.4%), 맷 카펜터(20.2%)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5월 타율은 1할대지만 출루율은 3할대다. 2번 타자로서 기본적인 역할은 수행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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