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임순례 감독 인터뷰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그동안에도 화제작과 흥행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임순례 감독이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남쪽으로 튀어’(2012), ‘제보자’(2014) 등 매번 다른 색깔을 보여준 임순례 감독이 이번에는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또 한 번 신선하게 다가왔다.

임 감독은 “2015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얘기했던 건데, 요즘 한국영화 버짓이 너무 크고 다 장르영화로 비슷비슷하고, 남자들이 죽이고 때리고 하는게 너무 많더라. 저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이지만 관객의 입장으로는 힘이 들더라. 한국영화는 이런 것밖에 없나 하게 됐다. 다른 결의 잔잔하지만 감정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하면서 시작했다”고 ‘리틀 포레스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

장르적인 면에서뿐 아니라 실제 삶에 있어서도 피로도가 높은 현실이어서 힐링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타이밍이다. 게다가 캐스팅까지 주목을 받아 기대가 더 높아진다. 충무로 블루칩 중에서도 최고로 핫한 김태리와 류준열을 어떻게 동시에 캐스팅했을까 싶은데, “제작자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며 농담처럼 말하다가도 “관객들에게는 필요한 시기에 나온 힐링영화라면 배우들에게는 그들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영화와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나름 분석했다.

“김태리는 ‘1987’이 먼저 개봉하긴 했지만, ‘아가씨’라는 작품 후 너무 주목받고 있을 때 차기작으로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정반대 지점의 영화를 선택한 것 같다. 시나리오도 그렇고 규모도 그렇고 ‘아가씨’에 버금가는 영화는 아닌데 선택했다. 김태리에게는 한 템포 조용하게 쉬어가면서 배우로서나 자신이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영화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주인공이 끌고 가는 영화가 부담스러울수도 있지만, 한 번은 도전하고 싶은, 흔치 않은 기회의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류준열은 그동안 큰 작품, 센 캐릭터를 많이 해서 청년농부 재하라는 건강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을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의 선택일 것 같다. 내가 물어보고 정답을 들은 건 아니지만, 그럴 것 같다.”

이어서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총체적으로 다른 배우들이 캐스팅됐다면 영화의 결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저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문소리씨부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까지 좋은 캐스팅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 행운으로도 흥행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우리가 아무리 예산을 줄인다고 해도 영화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해서 우리 영화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손익분기점이 100만명이다. 말이 100만이지 그게 쉽지 않은 거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잘 만들뿐 그 이후의 일은 누구도 모른다”는 임 감독도 “그래도 다행히 타이밍이나 캐스팅이나 좋게 봐주셔서 현재 분위기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 사계절을 담겠다고 네번의 크랭크인과 네번의 크랭크업을 했다니 부지런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임순례 감독은 “나는 원래 게으르다. 그래도 그렇게 찍은 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너무 당연한 태도이고 자세인것 같다. 적당히 두 계절 사이에서 늦가을에 시작해 초봄에 끝내면 좀더 압축해 찍을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좀더 정직하게 찍자는 생각이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직하다는 말에 영화 속 “농사엔 사기와 잔머리가 없다”는 류준열의 대사가 떠오른다. 극중 도시에서의 회사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귀농해 과수원을 하는 재하(류준열 분)가 뿌린대로 거두고, 대자연 앞에 겸손해지는 성실한 농사의 정직함을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는 농사와 자연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임 감독의 세계관이 영화에 녹아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재하가 농사를 짓는 사람이기도 하고 혜원이 시골에서 사계절을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려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사짓는 모습이 많이 담겼다. 그래도 나도 실제로 자연이라든지 생명이라는데 관심이 많아서 농사를 직접 짓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시골 출신이고, 매년 텃밭농사를 하고 있다. 작물들을 길러 먹고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포토] 임순례 감독 인터뷰

영화는 자기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주는데, 임 감독은 이미 자신의 ‘작은 숲’을 찾았을 듯하다. 그는 “숲이라는게 대단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혜원이도 있었을텐데 미처 몰랐을 수도 있다. 자기가 힘들때 쉴수 있는 공간이 됐던 행위가 됐던 그런게 숲인거다. 누구에게나 필요한건데, 그게 없는 사람도 많고, 못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누구나 자기의 숲으로 들어가면 치유되고 살아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나에게는 자연이고 동물인 것 같다. 그게 합해진걸로 나는 아침마다 제 강아지랑 산책을 한다. 제가 좋아하는 동물이랑 자연을 걷는거니까 저에게 완벽하게 좋기만 한 시간이다”라고 했다.

영화마다 다른 느낌과 색깔을 보여준 임순례 감독의 본래 색깔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다른 영화 같지만 정서 등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이번 영화가 제가 찍은 영화 중에 가장 밝은 것 같다. 젊은이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지만, 색깔이나 호흡은 가장 밝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리틀 포레스트’는 색깔로 표현하면 연한 연두색 같은 영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나의 색을 말하자면 다른 색깔들을 변하게 하지 않고 늘 있는 색이면서 튀지 않고 품어주는 색깔로서 회색인것 같다. 회색분자는 좋은 말이 아니지만, 그런 의미의 회색이 아니라 남에게 냉담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다 품어주는 색깔로서 무채색의 정점 같은 회색 같다”고 스스로를 표현했다.

이어서 “창작자로서 하나의 색깔, 하나의 톤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건데, 일부러 바꾼다고 해서 사실 바꿔지지는 않는 것 같다. 작품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일관된 톤이 있다. 그래도 작품마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 제 세계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소재에 따라서 밝게 표현했다가 무겁게 표현했다가 하는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다음 영화는 어떤 색의, 어떤 톤일까 궁금해진다. 임 감독은 “지금 시나리오 준비중이다. 그래도 ‘제보자’와 ‘리틀 포레스트’의 텀만큼 오래 걸려 나오지는 않을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cho@sportsseoul.com

사진|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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