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출처 | 노환규 블로그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한 성형외과 의사가 유령수술(불법 대리수술)실체에 대해 폭로 후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일고 있다. 몇몇 성형외과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유령수술은 자칫 환자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이를 강력히 제재하는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수 년째 제기돼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성형외과 의사 A씨(48)가 사망한 채 경찰에 발견됐다. A씨는 대학병원 교수로 오랜 기간 근무한 뒤 지난해부터는 강남의 한 의원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망 전 장문의 글을 남겨 대학병원의 갑질문화와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체 등을 폭로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7일 밤 자신의 블로그에 A씨의 유서 전문을 공개했다.

유서에서 A씨는 “지난해 가을 개원 이래 조직적으로 시행된 유령수술의 온상에서 나는 더 있을 수 없었다”며 “이 유령수술을 직원들 모두 알고 있고도 점차 그 나쁜 짓에 둔감해졌다. 수익을 위해서 공장 시스템은 더 가속화 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난 도저히 종용하는 종용되고 있는 비윤리적인 유령 대리 수술은 할 수 없었다”며 “이런 나를 바보 같다고, 먹고 살려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간 아파서 쌓인 빚들을 갚으려면, 그래도 유령수술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지만, 그간 내가 살아온 의사로서 인생을 이 비도덕 비윤리적 불법행위에 송두리째 버리기는 싫었다. 아니 그렇게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내 삶의 존재 가치를 이렇게 버릴 수는 없었다. 이 직업을 유지하고자 환자에게 나쁜 짓을 할 수는 없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A씨는 또 ▲저수가로 인한 의사들의 미용성형으로의 진출 ▲과다 경쟁 ▲덤핑 ▲공장식 병원 운영 ▲유령수술(대리수술) ▲달콤한 과장 허위 성형광고 ▲사람들의 성형에 대한 가볍게 여김 ▲아름다움의 본질의 왜곡 ▲어린 사람들의 무분별한 위험한 성형 ▲사악한 마케팅 업체의 난립 등이 악순환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젊은 의사들 역시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악순환에 동참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A씨는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정부가 의료제도를 파탄내고 의료를 경시하게 만든 데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고발과 마지막 선택이 공장식 병원과 의원에 종사하는 ‘어쩔수 없이’ 생존을 위해 불법 의료와 부도덕에 가담한 어린 간호조무사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계속 그리 가서는 안 되고 아무도 ‘이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유서 작성 이유를 밝혔다.

유령수술 문제는 수 년 간 성형외과의 악습으로 꼽혀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리수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 극대화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은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비성형외과 의사를 수술에 투입할 경우 상당 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다수 성형외과에서 암암리에 대리수술을 시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G성형외과의 경우 지난 2013년 9월 양악수술 환자에게 유령수술을 시행해 ▲우측관골에서 관공궁의 불유합 ▲관골 본체의 부정유합 ▲금속고정기의 일부 틀어짐과 파손 의심 ▲양측 비대칭 ▲하악골에서 양측의 비대칭 ▲감각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게 해 법원으로부터 7000만원의 치료비와 위자료 지급을 통보받기도 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측은 유령수술을 막기 위해 자체 조사와 징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의사회 차원에서는 회원 제명이나 학회 참석을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만 가능하지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 없어 강력한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유령수술은 의료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동의받지 않은 권한 없는 자의 불법 인체 침습행위’로 판단해야한다며 유령수술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해죄나 살인죄 등의 중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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