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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성형외과 전문의 A씨(48)가 대학병원 갑질문화, 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 등을 폭로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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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A씨의 유서 전문을 공개했다. 출처 |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블로그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지난 17일 대학병원 갑질문화, 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 등을 폭로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형외과 전문의 A씨(48)가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의원이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첫 입장을 밝혔다.

A씨가 사망 직전까지 근무했던 강남구 B의원은 1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씨가 이직한 지 보름 만에 변을 당해 매우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해당 의원에서는 외래 진료를 시작하기 전 준비 단계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유령수술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B의원은 A씨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병원으로 A씨가 언급한 모든 문제가 B의원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B의원 기획팀 관계자는 “본 의원은 체형 전문 의원으로, A원장의 경우 흉터, 재건 쪽 분야를 개척해 합류하기로 하고 이달 초 영입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B의원 대표원장은 A씨가 디스크로 인한 장애판정을 받아 병·의원에 쉽게 취직하지 못하는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서라도 A씨와 함께 하고자 하는 원장의 강한 의지로 영입을 결정했다. 이 관계자는 “A씨의 의지도 컸던 상황이라 더욱 당혹스러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A원장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더 챙기고 가족분들에게도 말씀드렸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여러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런저런 대응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유령수술 의원으로 지목되는 등 불필요한 오해가 커지는 듯해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며, 유서상 언급된 시기(지난해)와 개월 수는 이 병원과 무관하다”고 조심스럽게 해명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경찰에 발견됐다. A씨는 대학병원 교수로 오랜 기간 근무한 뒤 B의원에 합류하기 전 여러 성형외과, 의원을 거치며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만연한 의료계 문제점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사망 전 장문의 글을 남겨 대학병원의 갑질문화와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체 등을 폭로해 논란이 됐다.

유서에서 A씨는 “지난해 가을 개원 이래 조직적으로 시행된 유령수술의 온상에서 나는 더 있을 수 없었다”며 “이 유령수술을 직원들 모두 알고 있고도 점차 그 나쁜 짓에 둔감해졌다. 수익을 위해 공장 시스템은 더 가속화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도저히 종용하는 종용되고 있는 비윤리적인 유령 대리 수술은 할 수 없었다“며 “이런 나를 바보 같다고, 먹고 살려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 그간 아파서 쌓인 빚들을 갚으려면, 그래도 유령수술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지만, 그간 내가 살아온 의사로서 인생을 이 비도덕 비윤리적 불법행위에 송두리째 버리기는 싫었다”는 심경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유령수술 문제는 수년 간 성형외과의 악습으로 꼽혀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리수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 극대화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은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비성형외과 의사를 수술에 투입할 경우 상당 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다수 성형외과에서 암암리에 대리수술을 시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측은 유령수술을 막기 위해 자체 조사와 징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의사회 차원에서는 회원 제명이나 학회 참석을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만 가능하지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 없어 강력한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유령수술은 의료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동의받지 않은 권한 없는 자의 불법 인체 침습행위’로 판단해야 한다며 유령수술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해죄나 살인죄 등 중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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