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공작 라운드

[칸(프랑스)=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황정민이 영화 ‘공작’으로 제 71회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 전세계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한 소감을 직접 밝혔다. 흔히 아는 첩보 액션물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말과 말이 부딪치는 긴장감과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이 주는 밀도가 압도하는 신선한 첩보물을 펼친 ‘공작’에서 황정민은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 북에 접근하는 공작원 박석영이 됐다.

먼저 황정민은 “지난해 7월에 촬영을 끝냈다”면서 “그때 찍을 때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이야기여서 쉬쉬하면서 촬영했는데, 요즘 너무 급작스럽게 좋은 분위기가 돼 묘하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했던 행동의 동선이 최근 남북 정상들이 보여준 동선이랑 비슷해서 묘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공작’은 최근의 남북이슈와 맞물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더욱 가질 수 있을 요소가 다분하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 특히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될 영화로서 연상된 첩보물에서는 좀 벗어났다. 이에 황정민은 “우리는 처음부터 첩보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영화는 아니었다. 실제로 첩보는 행동보다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그 안에서 이념이 다기고 거기서 오는 개인의 딜레마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러면서 근사한 사람을 만나서 우정을 그리는 모습까지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기도 했다. 화합이나 이념을 다 떠나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좋은 사람으로 바뀌듯이 북한 리명훈(이성민 분)을 만나면서 박석영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첩보물을 지향하지만 한편의 연극 같기를 바랬다. 셰익스피어 연극처럼 말과 말 사이에 오는 그 시간과 그 순간의 마와 공기들을 잘 활용해서 그 긴장감을 가지고, 굳이 액션을 보여주지 않고도 뭘 보여줄 수 있을까 굉장히 많이 이야기 했다”고 말한 황정민은 “그걸 우리끼리 현장에서 ‘구강액션’이라고 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때를 돌이켜보면 숨쉬기조차 힘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게 처음에 너무 어려웠다. 눈 하나 깜빡이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그 긴장감 때문에. 찍고 나면 어깨들이 많이 아팠다. 롱테이크로 가는 씬들이 많으니까 자세 하나 삐뚤어진걸 바로잡기 어려웠다”고 하면서 “차라리 몸쓰는게 편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칼날을 숨기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걸 정확하기 표현하고 있나 하는 의심과 우려 때문에 힘들었다. 생각을 디테일하게 조각조각 꿰어맞추는게 중요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인듯 압도돼 연기할 때도 많았다. 북한 이야기는 지금도 그렇지만, 촬영할 때는 더 조심스러운 때라 생기는 긴장감이 그랬다. 게다가 김정일을 만나러 그의 별장을 방문한 장면 등은 세트 규모부터 어마어마해 긴장이 저절로 됐다. 황정민은 “실제로 평양에 가서 만난 것도 아니고 거짓으로 연기를 하는 거였지만, 실제인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여서 선택을 고민할 수도 있었을텐데 어떤 매력으로 황정민이 영화에 다가갈 수 있었을까. 그는 “북풍사건에 휘말린 공작원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몰랐다. 그런 사건만 알고 디테일한건 몰랐다. 그러니까 관객들도 그럴거 같다”면서 “공작원으로서의 신념을 가지고 살다가 가지게 되는 딜레마들을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북한을 다 이해하는건 아니지만 터무니없게 교육받아온 걸 관객들에게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 거기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고 배우다가 점점더 나이가 들면서 좀더 정확하게 알게됐다. 그리고 북풍사건으로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었나 그런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또, 어려운 도전이었어도 스스로 연기적인 성장을 경험하기도 해 배우로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연기는 ‘어렵다, 힘들다’ 그래도 하고 나면 영화를 보면 저 나름대로 성장해 있는걸 느낀다”면서 “보는 사람에 따라 비슷하다고도 할 수도 있지만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캐릭터라도 매번 다른 색깔과 질감으로 표현되니까 거기서 오는 성장의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거 같다”고 했다.

그런 작품을 프랑스 칸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해 더욱 뿌듯할 수 있다. 칸 레드카펫부터 기립박수까지 배우 황정민으로서의 소감을 묻자 “작품의 인물을 보여주는게 더 편하지 인간 황정민으로 뭘 보여주는건 너무 어색하고 쑥스럽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cho@sportsseoul.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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