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남아공월드컵 16강전 한국-우루과이
안정환(왼쪽)과 이운재(오른쪽)가 2010년 6월 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서 우루과이에 패한 후 눈물을 흘리는 차두리(가운데)를 위로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시곗바늘을 8년 년으로 돌려본다.

2010년 6월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원정 16강에 성공한 ‘허정무호’는 우루과이와 90분 격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1-2로 무릎을 꿇었다. 베테랑으로 든든하게 후배들을 그라운드에서 이끈 차두리(현 축구대표팀 코치)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해 8년 만에 참가한 월드컵에서 값진 성과를 거두기까지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선참급으로 후배들을 이끌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는 마음은 물론이고 다시 월드컵으로 돌아오기까지 어려웠던 과정이 떠올랐다. 생애 처음으로 월드컵 주전 수문장으로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소화한 정성룡도 마지막 루이스 수아레스의 슛을 저지하지 못한 자책감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6강 주역이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릴 때 시선을 사로잡은 이들은 또 있었다. 2002 한·일 대회 4강, 2006 독일 대회 원정 첫 승리 주역으로 뛴 골키퍼 이운재(현 수원 코치)와 공격수 안정환(MBC축구해설위원)이다. 현역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 도전한 둘은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들은 우루과이전 종료 호루라기가 울린 뒤 그라운드로 나와 후배들을 얼싸안고 격려했다. 후배들은 선배 품에 안겨 있었다. 축구 팬은 이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했다. 비록 두 베테랑이 경기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팀이 16강으로 가는 과정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느끼게 했다.

[SS포토] 주장 이청용 \'볼 뺏기 쉽지 않네\'
지난 2014년 9월2일 베네수엘라-우루과이와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축구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된 이청용이 파주NFC에서 진행된 훈련 중 밝게 웃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하는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은 이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16일 목동SBS 다목적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은 최근 신태용호 선발 논란에 휩싸인 이청용에 대해 소신 발언했다. 그는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기에 어느 정도 기량을 보일지 의문점은 가질 수 있다”며 “다만 월드컵 본선에 나갈 23명 명단을 꾸렸을 때 모든 선수가 월드컵에 출전하느냐를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15~17명 선수가 참가할 것 같다. 이청용이 두 차례 월드컵(2010 남아공, 2014 브라질)에 참가한 부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얻은 경험은 대표팀에 큰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에 뛰고 안 뛰고를 떠나서 어린 선수가 그로부터 자신감을 얻고 부담감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청용이 러시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설령 조금 부족하더라도 또 다른 역할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 시절의 이운재, 안정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아공 수장으로 대표팀을 이끈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의 견해도 같다. 허 부총재는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월드컵은 변수가 많은 무대다. 현지에서 컨디션이 좋아지는 선수, 급격하게 떨어지는 선수가 발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험 많은 선수의 역할은 설령 경기에 뛰지 않더라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남아공에서 안정환, 이운재는 경기에 뛰지 않았어도 후배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자기 역할을 다했다”며 “한 마디로 얘기하기 쉽지 않은데 경기 중 감독-코치의 주문도 중요하지만 같은 선수 입장에서 조언해주는 건 또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지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허 부총재는 “생각해보라. 선배가 경기에 못 나가는 데 후배 입장에서 그 선배가 격려해주고 조언을 해주면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한 발짝 더 뛰는 효과도 있다”면서 “이청용은 그런 면에서 분명 대표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월드컵에 갈만한 경기력은 증명해야 한다. 박 위원도 “이청용이 대표팀 훈련 기간 기량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신 감독이 23명에 그를 포함했을 때 구체적인 역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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