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제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 참여한 전남광양중앙초 지애(왼쪽), 지연 쌍둥이 자매. 창녕ㅣ최민지기자 julym@sportsseoul.com

[창녕=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쌍둥이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얼핏 보면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똑 닮은 이목구비에 머리 스타일도 똑같은 두 사람이 같은 유니폼까지 입고 뛰고 있다. 한 명은 최전방에서 다른 한 명은 후방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눈이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쌍둥이 자매 전남 광양중앙초 지연, 지애(11)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제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이하 여왕기)에 쌍둥이가 떴다. 지난해부터 광양중앙초에서 뛰고 있는 두 사람은 어딜가나 똑 닮은 외모로 눈길을 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 더욱 놀랍다. 지애는 광양중앙초 공격의 핵심이다. 지난 4월 열린 2018 춘계대회에서 초등부 득점상을 받기도 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2연속 경기 골을 넣으며 스트라이커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연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수비수지만 지애 못지않게 열심히 뛰어다니며 조용히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지난 20일 경남 남강초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한 후 광양중앙초 손백기 감독은 “이제 5학년인데 지애는 우리 팀의 공격 역할을 많이 한다. 지연은 수비 쪽에서 잘 해준다”라며 쌍둥이를 향한 흐뭇함을 드러냈다. 경기를 마치고 물을 마시며 한 숨 돌리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혼란스러움은 더욱 커졌다. 등번호를 보지 않으면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똑 닮은 두 사람은 “같이 축구하는 게 좋다”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 육상부 소속으로 남다른 운동 신경을 자랑하던 쌍둥이는 이전 학교 체육 선생님의 추천으로 지난해부터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지연, 지애 자매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원래부터 아이들이 활동적인 걸 좋아했다. 아이들이 워낙 운동 신경이 좋아 육상을 시켰다. 육상대회 나가서 상도 받고 그랬는데 학교 체육 선생님이 축구를 권하셨다”라고 축구를 시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겉모습은 똑같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두 사람의 성격은 얼핏봐도 달라 보였다.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지애는 큰 고민 없이 이승우를 꼽앗고 지연은 한참을 심사숙고했다. 이런 두 사람의 상반된 성격은 포지션 선정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선경 씨는 “지애는 낙천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공격 스타일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지연이가 언니인데 그래서 그런지 좀 더 침착하다. 언니 같은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쌍둥이가 축구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축구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그냥 축구가 재밌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쌍둥이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다. 바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지애, 지연은 “쌍둥이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대한민국 최초의 쌍둥이 자매 국가대표는 현재 인천현대제철에서 함께 뛰고 있는 김우리, 김두리(24)다. 두 사람은 2014년 20세 이하(U-20) 여자축구 국가대표로 함께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그 뒤를 이어 지연, 지애도 쌍둥이 국가대표 대열에 이름을 올릴지 미래가 주목된다.

july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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