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칠 인스타그램
독일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메주트 외칠(왼쪽)이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워밍업 후 라커룸에서 마르코 로이스와 다정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 그는 이 사진을 게재하면서 “누가 뭐라하든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우리는 한 팀이다(We are one team - on and off the pitch. No matter what they say)”라는 글을 남겼다. 캡처 | 메주트 외칠 인스타그램

[바투틴키=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독일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메주트 외칠(아스널)은 지난 24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스웨덴과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때 라커룸에서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와 상의를 벗은 채 다정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리고 ‘누가 뭐라하든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우리는 한 팀이다’라는 글까지 남겼다.

스웨덴전에서 외칠은 결장했다. 외칠은 직전 0-1로 패한 멕시코와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부진한 플레이로 자국 언론과 팬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면서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았다. 스웨덴전에서 외칠 대신 선발로 나선 건 로이스다. 보란듯이 후반 3분 동점포를 터뜨리며 2-1 역전승을 견인했다. 그런 상황에서 외칠은 경쟁자 로이스와 투샷을 남긴 것이다. 다음 날 오전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베이스캠프 바투틴키 호텔에서 열린 독일대표팀 기자회견에 로이스가 참석했다. 독일 언론은 외칠과 투샷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로이스는 “(사진은) 자연스럽게 찍은 것”이라며 “외칠은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이어진 오후 훈련에서 외칠의 표정은 이전과 180도 달라져 있었다. 미디어에 15분 공개 훈련으로 전 과정은 지켜볼 수 없었지만 외칠은 동료와 어느 때보다 마주보고 웃으면서 몸을 풀었다. 독일 언론은 외칠이 한국전에서 티모 베르너~로이스와 2선 공격을 이끌면서 원톱 마리오 고메즈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칠은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겉돌았다. ‘왕따설‘까지 나돌았다. 디 만샤프트(Die Mannschaft·팀을 뜻하는 독일어)를 지향하는 요하임 뢰프 감독 체제에서 외칠은 중심 축이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우승 때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논란이 된 건 일카이 귄도안과 지난달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사진을 찍으면서다. 터키계 이민 2세인 그는 독일 축구 순혈 주의를 극복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이 사진으로 수많은 독일 팬과 축구인은 민족의 정체성까지 거론하면서 경솔한 행동으로 몰았다. 독일 언론도 이들이 순혈주의를 망가뜨렸다면서 내부 선수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12년 장기 집권한 ‘뢰프 호’에 균열을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멕시코전 부진은 그에게 치명적이었다. 스웨덴전을 앞두고 훈련장에서 외칠의 표정은 어두웠다. 동료와 융화도 되지 않았다. 독일 축구 레전드 로테어 마테우스는 “외칠이 독일대표팀에서 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과대평가된 선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외칠이 더는 설 곳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스웨덴전 토니 크로스의 극장골 이후 독일 내부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외칠을 향한 동료들의 반응도 달라지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외칠이 자신의 자리를 꿰찬 로이스와 ‘의도적인 투샷’을 인스타그램에 남긴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팀 분위기가 와해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면서 ‘원 팀’을 위해 먼저 다가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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