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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수원=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담담하게 작별을 준비했지만 복받치는 감정과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6년간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던 서정원 감독이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리그1 최종전을 통해 고별전을 치렀다.

서 감독은 2013시즌을 앞두고 수원의 사령탑으로 선임돼 팀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2+1년의 계약 연장에 합의했지만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 서 감독은 제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1주일 전부터는 모든게 어색해졌다. 매일 봐왔던 내 방과 식당, 운동장, 미팅룸이 이전과는 다르게 와닿았다”면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심경을 담담하게 전했다. 이 날 경기장 홈 서포터석에는 ‘THANKS, SEO’,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하세요, SEO’, ‘수원의 영원한 스타, SEO’ 등 서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플래카드들이 내걸렸다.

수원 선수들은 떠나는 스승에게 승리의 선물을 안겨주겠다는 의지로 90분간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졌지만 결국 0-2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 내내 여느 때와 같이 선수들을 지도했던 서 감독은 경기 직후 구단이 마련한 행사를 통해 이별을 실감했다. 지난 6년을 추억하는 기념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방영된 뒤 서 감독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마음을 가다듬은 서 감독은 “수원 팬들과 서포터에게 감사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내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팀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항상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여러분을 더 많이 웃게 해드리고 우승컵을 안겨드렸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서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더라. 울지 말아야한다고 되새김을 많이 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눈물이 나왔다”고 고백했다.

서 감독은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서 13년을 보낸 수원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는 “수원은 내 축구 인생에 중심이 된 팀이다. 여기서 성장하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돌려드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선수때 13번 우승을 경험했고 지도자로서 1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지도자로 왔을때 이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서 감독은 마지막으로 함께 희생해주고 자신을 잘 따라준 제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내가 부족한데도 선수들이 그동안 믿고 잘 따라줬다. 선수들이 감독방 문을 열고 서슴없이 이야기를 해주고 희생을 많이 해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한 것은 선수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잘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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