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탁구 남북단일팀\' 차효심-장우진, 신중하게!
탁구 남북단일팀 차효심(북한)과 장우진(한국)이 1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진행된 2018 ITTF 그랜드파이널스 혼합복식 8강에서 세계 챔피언 이시카와-요시무라 조와 승부를 겨루고 있다. 인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인천=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우진 동생이 잘해줘서….”(차효심)

“효심이 누나 고마워요.”(장우진)

격전 끝에 승리한 ‘남남북녀조’는 서로의 덕이라며 칭찬하기에 바빴다. 설마했던 경기에서 거둔 짜릿한 승리, 남·북 단일팀이 다시 세계 탁구계를 흔들기 시작했다.

차효심(북한·여자)-장우진(한국·남자)으로 구성된 탁구 혼합복식 단일팀이 세계 챔피언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둘은 13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대회 첫 날 혼합복식 8강에서 지난 해 독일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 우승 커플인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이시가와 가스미 조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12-10 8-11 11-5 9-11 11-5)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차효심-장우진 조는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전력이 상승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7월 대전 코리아오픈에서 처음 짝을 이뤄 깜짝 우승을 일궈낸 둘은 11월 오스트리아 오픈에서도 하나로 뭉쳐 4강까지 진출하고 이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그랜드파이널스는 한 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가장 성적 좋은 선수들만 나서는 ‘왕중왕전’이다. 남·녀 단식은 16명, 남·녀·혼합 복식은 8개조에만 출전 자격을 줄 정도로 까다롭다. 그런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4강에 갔다.

평일 낮이라 관중이 몰린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날 오전 폭설까지 내렸다. 그러나 단일팀은 수백여 관중의 박수 속에서 분전했다. 단일팀이 한 세트를 따내면 일본팀이 바로 따라잡는 공방전이 이어졌다. 5세트에서 진정한 실력이 드러났다. 세트를 더할 수록 호흡이 척척 맞는 단일팀의 뚝심에 일본 선수들은 실수 연발이었다. 5세트 6-5로 아슬아슬한 리드 속에서 단일팀의 2연속 득점이 컸다. 단일팀은 14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4강에선 한국 선수들과 만난다. 전날 훈련 때 서로의 파트너가 돼 함께 땀을 흘렸던 양하은-임종훈 조가 차효심-장우진 조와 결승행을 다툰다.

경기 직후 단일팀은 국내는 물론 외신의 취재 공세에 시달렸다. 차효심은 접전 끝 승리에 감정이 차오르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숨을 몰아쉬었다. 북한 선수들은 지난 7월 코리아오픈에선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차효심이 두 마디를 전했다. 그는 1994년생으로 장우진보다 한 살 많다. 차효심은 “옆에서 우진 동생이 너무 잘해줘서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준결승 일단 잘 치른 다음에 또 말하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장우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세계선수권 우승팀을 만나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는데 내가 긴장했다”며 “효심이 누나가 잘해줘 이길 수 있었다. 코리아오픈 때 너무 잘했기 때문에 대회마다 훈련해도 별 지장 없이 잘 할 수 있었다”며 차효심을 바라봤다.

지난 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부터 구성되기 시작한 단일팀은 “경기력과 상관 없이 정치적으로 이뤄진 팀”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그러나 차효심-장우진이 그런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은 “배짱 좋은 차효심이 안정적으로 뒤를 받쳐 주면서 장우진의 공격력이 폭발했다”며 둘이 만날수록 시너지 효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탁구는 오랜 기간 ‘중국 천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뒤를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쫓는 중이다. 한국과 북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런 국면에서 단일팀이 서로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할지가 관심사다. 차효심-장우진 조가 그 가능성을 전달하고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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