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이선균이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새 영화 ‘PMC:더 벙커’(김병우 감독)를 이야기했다.

최근 개봉한 ‘PMC: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면서 펼쳐지는 액션물. 여기서 이선균은 작전의 키를 쥔 북한 의사 윤지의 역을 맡아 벙커에 갇힌 상황에서 에이헵과 영상으로 교신하며 북한 최고지도자 킹의 응급시술을 이끄는 등 영화의 긴박함을 더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이선균은 팔목에 낀 영상 교신기로 상황을 전달하는 모습을 담아야 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얼굴을 찍으며 연기한 점이 색달랐다. 이선균은 “앵글에 대한 감이 없으니까 일단 찍고 나중에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도 나중에 확인하고 재촬영하는 방식이었다. 무게감 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어려웠다. 특히 생동감을 표현해야하니까 감독님도 ‘더 움직임을 가져도 되겠다. 옆에 배우들도 카메라에 잡히면 좋겠다. 팔을 더 흔들어도 되겠다’ 하며 주문이 생기니까 그런 앵글을 신경쓰는게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새로운 시도를 한 이선균은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새로운 형식의 영화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본이 새로웠고, 설계가 촘촘히 잘 돼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대본만으로는 공간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다른 카메라로 보여지고, CG로 처리되는게 많으니까. 그런게 굉장히 복잡하기도 했지만 굉장히 새로웠다.”

하정우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에이헵과 연락하면서 연기하는거였다. 내가 뒤늦게 합류한 것도 있고, 정우가 다 찍은 상태에서 영상을 보면서 리액션을 하면 됐다. 정우가 먼저 찍은 영상이 있어서 가이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정우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정우는 리더 기질이 있다”는 이선균은 “정우는 후배들, 친구들과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정우는 리더 같다면 나는 야인 같다. 그래도 취미는 비슷하다. 나도 걷는걸 좋아한다. 생각을 정리할 때 걸으면 좋다. 나는 혼자 걷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정우 만나고 걷는걸 게으르지 않게 됐다.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선균

극중 윤지의는 에이헵을 성장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선균은 “에이햅의 트리우마와, 바깥의 상황과 갈등 속에서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에이헵이 윤지의의 행동으로 각성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윤지의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그렇게 했다.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미묘한 정세에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하고, 가장 인간답게 이 안(상황)에 집중하는 윤지의가 에이헵을 각성시켰다고 본다. 에이헵의 손과 발이 되기도 하고 선택의 갈등에 있어서 바로잡아주는 인물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극중 북한말을 하는 연기를 한 것에 대해서는 “틈틈히 북한말 선생님이 녹음한 걸 듣고 했다. 익숙하진 않아서 편하진 않았다. 어조가 딱딱하고 단조롭기도 하다.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뒤이어 “사실 북한말은 예전에도 한번 한적이 있다.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에서 북한 유학생 역을 했다. 그런데 홍 감독의 특징이 대본이 없지 않나. 촬영 하는 날 아침에 대본을 주는데,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까 최면을 걸고 했다”고 회상했다.

연말 쟁쟁한 영화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개봉해 경쟁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기대도 크다. 이선균도 “정우가 호감도가 큰 배우이니까 무대인사 다니면 느낀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또한, 영화에 대한 만족감도 높아 자신감을 더했다.

그는 “모든게 만족되지 않더라도 제게 공부가 되는 작품도 있다. 아쉬움이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작품에 100% 만족할 수 는 없다. 관객과 주위 사람들에게 ‘이 영화 봐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영화를 많이 하는게 목표다. 내가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고, 그런 작품이 많아질 때 행복하다. 상을 받는 것보다 그런 작품들을 수집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적으로도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당당히 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선균

그런 이선균은 “이 작품이 고맙기도 하다”면서 “가끔 일적으로 지치고 결과적으로 낙심할 때도 있는데, 이번 영화는 다운되지 말라고 격려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마음이 좋다”고 했다. “그런 작품들이 있다. ‘나의 아저씨’도 대박이 난 건 아니지만 너무 위로 받았던 것 같다.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작업으로 힘듬도 있고 스트레스도 있지만, 작업으로 힐링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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