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례
하숙례 교수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박하나, 임영희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 | 하숙례 교수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핸드볼이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팀 코리아를 결성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여자농구 남북단일팀을 이끌고 평양 남북통일농구대회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한세대 하숙례(49) 교수는 당시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하 교수는 지난해 단일팀 코치로 이문규 감독을 보좌해 아시안게임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하 교수는 1989년 데뷔해 코오롱에서 뛰었고 실업 2년 차에 태극마크를 달고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퇴 후에는 일본 여자프로농구 덴소에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코치(3년)와 감독(3년)으로 지도자생활을 했다. 국내로 돌아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용인대 감독을 맡았고 2012년 3월 한세대 교수가 됐다. 농구협회 국제 이사, 코치강습회 통역 등 농구와 인연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6월 단일팀 코치를 맡게 됐다. 하 교수는 “대표팀은 약 23년 만이었다. 농구 지도자로서 친정 복귀를 늘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왔다. 여자농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밝혔다.

특별한 대표팀 코치여서 의미가 더 컸다. 하 교수는 “큰 틀에서 여자농구의 발전은 물론 남북교류에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던 통일농구와 남북단일팀의 국가대표팀 지도자로 일하는 큰 영광을 누렸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일지라도 이념이 다른 남과 북이 함께 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 교수는 “처음 북측 선수들을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3일 평양 통일농구대회 때였다. 선수들과 3박4일 동안 혼합경기, 친선경기, 그리고 환영만찬(옥류관) 등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면서 “선수 시절에 북측 선수들과 아시안게임의 상대국으로 경기를 했었고 싱가폴 아시아농구대회에서는 같은 호텔에서 머문 적도 있어 어색함은 없었다. 그러나 다른 문화와 사상과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생활하는 것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기억을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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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색함은 농구공 하나로 깨끗하게 지웠다. 하 교수는 “역시 스포츠는 서로를 하나로 만드는데 가장 좋은 도구다. 함께 땀을 흘리고 서로에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함께 협력하는 스포츠가 농구다. 혼합경기(북측 6명, 남측 6명으로 구성)를 하면서 손발을 맞춰 서로 이기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이미 서로의 장·단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면서 “문화와 환경이 달라 노래나 화장품 등의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고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서로 다른 농구용어를 공유하며 서로 친해졌다. 영어로 된 농구용어와 순수 한글용어를 알아듣고 맞추는 것은 재미있는 어학공부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웃기려고 ‘너 구석에 처박혀 있어’라고 농담도 서로 스스럼없이 하게 되면서 친해졌다”며 웃었다.

지금의 핸드볼 단일팀도 이미 성적 이상의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을 것이라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하 교수는 “되돌아보면 정말 꿈 같은 일이었다. 너무 뜻깊고 소중한 경험이었고 추억이었다. 평양 방문과 남북단일팀 등 북측 선수단과의 교류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에 농구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성적을 떠나 감독님을 비롯해 양측 스태프들과 선수들이 누구하나 게을리하거나 부정적인 사람이 없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양측에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헤쳐갈 수 있을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단일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냥 서로를 위하는 ‘우리 팀’이었다. 지금의 핸드볼 단일팀도 그 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은 경험,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 교수는 단일팀의 추억과 관련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스포츠서울 지면에 실을 예정이다.

iaspire@sportsseoul.com

◇하숙례 교수 프로필

▲생년월일 = 1970년 1월 15일

▲출신학교 = 삼천포여중-삼천포여고-한국체대 학·석사-용인대 박사

▲경력=코오롱(1989~1997)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일본 덴소 코치(1998~2001)

일본 덴소 감독(2001~2004)

미국 워싱턴 주립대 어시스턴트 코치(2008)

용인대 감독(2009~2012)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코치(2018)

現 한세대 교수, 한국스포츠학회 부회장,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 상임이사, 100인의 여성체육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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