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포토]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잠실실내=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컴퓨터 가드’로 불렸던 이상민(47·서울 삼성) 감독에게 최하위는 썩 익숙하지 않은 위치다. 고전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번 시즌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이 감독은 “선수 때 9위를 했던 기억은 있지만 최하위는 없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감독으로도 최하위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삼성에서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2014~2015시즌)에 최하위 경험을 했다. 초보 감독으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전력 자체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졌다. 당시 이 감독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는 짧은 말로 심경을 대신했다. 늘 최고의 위치에만 있다가 최하위로 떨어지면 더 큰 상실감과 자괴감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 감독은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창원 LG와 정규리그 4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빡빡한 일정도 영향이 있지만 선수들의 줄부상이 성적 저하로 직결된다. 재활도 중요하지만 부상하지 않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일과 이동섭이 합류하는 오는 29일 이후 반등을 노려볼 수 있지만 이미 반환점을 돈 터라 단시간에 치고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게 냉정한 판단이다.

이관희
삼성 이관희. 사진제공 | KBL

KBL은 시스템 상 전 시즌 최하위 팀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 매년 특급 신인이 등장하지도 않고 이들을 최하위 팀이 먼저 뽑을 권한도 없다. 있는 자원 안에서 최대한 기량을 끌어내 시즌을 치러야 하고 한 두 해 드래프트에 실패하면 수 년간 암흑기를 거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른 구단도 같은 조건이라 삼성만의 문제로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이 감독은 “선수 개개인이 조금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관희(31)와 문태영(41)을 예로 들었다. 주 득점원으로 그나마 팀내 활력소 구실을 하고 있지만 이 감독 눈에는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그는 “(이)관희는 김선형(서울 SK)과 함께 슛과 돌파능력, 스피드를 두루 갖춘 선수다. 본인도 2년 이내 대표팀 승선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대표팀에서도 슈팅가드로 자리를 굳힐 만한 재목”이라고 밝혔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공격성향이 워낙 뛰어나 독주하려는 습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동료들의 장점을 두루 이끌어낼 수 있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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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삼성 문태영(오른쪽)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반대로 문태영은 외곽 폭발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을 필요가 있다. 이 감독 눈에는 지나치게 3점슛에 소극적으로 보인다. 그는 “(문)태영이는 12일 현대모비스전에서 초반부터 슛 감각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도 직접 (3점을)던지기보다 동료들에게 연결하려다 턴오버를 범하는 모습이 나왔다. 한 경기 10개씩 의무적으로 던지라고 주문해도 잘 안던지더라. (이)관희는 너무 뜨거워서 (문)태영이는 너무 차분해서 고민이다. 둘을 반반씩 섞어 놓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김)준일이와 (이)동섭이가 가세 한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는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기대하는 요소가 많아지지 않겠는가. (이)관희와 (문)태영이가 조금만 유기적인 플레이에 눈을 뜨면 어떤 팀과도 붙어볼 만한 전력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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